충남 서해안의 가을별미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돋우던 대하를 맛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바이러스병에 약한 탓에 외래종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것이다.
13일 충남도와 대산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올해 태안 홍성 등 충남지역 양식장 가운데 흰다리새우를 키우는 어장이 31곳 190㏊, 대하가 32곳 186㏊, 전어가 31곳 185㏊로 각각 집계됐다.
중남미가 원산인 흰다리새우는 보급초기인 2003년 20여㏊ 수준이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150㏊로 급속히 늘었다. 올해는 대하양식장의 70%가 대하 대신 흰다리새우와 전어를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흰다리새우가 충남 서해안 양식장에 보급 된지 3년만에 수십년간 양식어종의 왕좌를 차지해온 대하의 아성을 넘은 셈이다.
양식어민들이 대하를 외면하는 이유는 바이러스 피해 때문이다.
대하양식장에 흰반점바이러스가 발병하면 양식장 내 모든 대하가 집단 폐사해 한해 농사를 망칠 수 밖에 없다. 3년전 전국 500여 양식장 중 56%인 278곳의 양식장에서 집단폐사현상이 발생했고, 2004년에도 폐사율이 85%를 넘은 바 있다.
이에 비해 흰다리새우는 질병에 강해 흰반점바이러스가 발병해도 30% 정도는 살아 남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같은 종족끼리 잡아 먹는 공식현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흰다리새우는 특히 3개월이면 상품성이 있는 20g 크기로, 6개월이면 40g 크기로 자랄 만큼 성장속도가 빠르고 맛도 대하 못지않다는 것이 어민들의 평가다.
전어도 대하 양식장을 꾸준히 잠식하고 있다.
수질관리만 해주면 질병에 거의 걸리지 않는 전어는 ‘전어구이 냄새를 맡고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처럼 맛도 좋아 남해안을 거쳐 서해안 양식장까지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특히 서해안 포구마다 열리는 전어축제장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전어는 양식어민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산해양수산청 관계자는 “대하 양식 어민들이 질병에 강하고 육질도 쫄깃한 흰다리새우를 선호하고 있다”면서 “흰다리새우에 대한 연구가 아직 미완성이지만 대하가 흰다리새우의 인기를 다시 뺏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산=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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