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화-KIA전이 열린 대전구장은 온통 한화 선발 송진우(40)의 프로 통산 첫 200승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한화 구단의 분주한 이벤트 준비와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하는 취재 열기로 송진우의 200승은 떼놓은 당상 같은 분위기였다. 한화 선수단은 대선배의 대기록을 위해 경기 전 전체 미팅을 가졌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을까. 송진우는 1회 시작하자마자 제구 불안으로 고전했다. 스트라이존 구석을 노린 회심의 투구가 모두 볼로 판정 받자 허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KIA 1번 이용규에게 좌전 안타, 2번 김종국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하며 불안한 출발을 한 송진우는 3번 장성호 타석 때 스트라이존에 불만을 표시한 포수 신경현과 이영재 심판이 실랑이를 벌이면서 완전히 김이 빠진 모습이었다.
결국 송진우는 무사 만루에서 4번 이재주에게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맞았다. 계속된 무사 1ㆍ2루에서는 5번 이현곤의 유격수 병살타성 타구를 토스 받은 2루수 송광민이 악송구를 하는 등 수비도 도와주지 않았다. 결국 송진우는 9명의 타자를 맞아 5피안타 5실점한 뒤 1이닝을 채 마치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 왔다.
투구수는 무려 46개에 달했고, 볼넷 2개에 탈삼진은 1개. 3분의2이닝은 자신의 역대 선발 2번째 최소이닝 강판이다. 송진우는 지난 94년 9월22일 인천 태평양전과 95년 5월21일 부산 롯데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선발 3분의1이닝 만에 강판 된 적이 있다. 3분의2이닝 기록도 92년 8월9일 당시 해태전에서 한번 더 있었다. 89년 프로 입문 이래 342차례 선발 등판 중 4번째이자 11년 만의 1회 강판인 셈이다.
200승 도전에 벌써 홈에서만 2번째 실패. 지난 5일 대전 삼성전에 이어 이번에도 홈 팬들에게 대기록을 선사하기 위해 등판 간격까지 하루 앞당겼지만 200승 대신 처참한 패전의 멍에만 쓰고 말았다. 송진우가 마운드에만 있으면 침묵하는 타선은 야속하게도 송진우가 강판 당하자마자 터졌다.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지난 6월22일 잠실 LG전에서 198승을 채운 이후 최근 4경기에서 3차례나 팀이 영패, 단 2점 만을 지원 받았다.
1회만 넘겼더라면 어떻게 됐을 지 모를 송진우는 대전 구장에서 배트 보이를 하는 둘째 아들 우현(10)군이 보는 앞에서 또 다시 고개를 숙였고,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성대하게 준비했던 이벤트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송진우는 “야구장을 찾아주신 많은 팬들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하다”며 “다시 한번 굳은 각오로 도전해 다음 등판에는 반드시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대기록의 제물이 될뻔했던 KIA는 난타전 끝에 한화를 9-7로 꺾었다.
대전=성환희기자 hhsung@hk.co.kr잠실=오미현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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