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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사태 '출구'가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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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사태 '출구'가 안 보인다

입력
2006.08.1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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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사태가 한 달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채택이 난항을 겪는 사이 이스라엘이 지상전 확대를 전격 결정하는 등 국면이 갈수록 혼미해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0일 전날 각료회의의 확전 결정에 따라 레바논 국경선을 넘어 진격을 시작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스라엘 지상군은 전투기들과 대공포의 엄호 하에 탱크와 장갑차들을 앞세워 시아파 무장세력인 헤즈볼라와 격렬한 전투를 벌인 끝에 레바논 남부 요충지인 마르자윤과 부리 알 모룩, 클라이아 등을 점령했다. 이스라엘군은 9일 전투에서만 개전 후 하루 최대 사상자수인 15명이 숨지고 38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9일 레바논 TV로 방송된 연설을 통해 “헤즈볼라 전사들이 남부 레바논을 이스라엘 군의 무덤으로 만들 것”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이어 아랍인들에게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이 집중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하이파를 떠날 것을 촉구했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10일 “헤즈볼라에 대한 강력하고 고통스런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전투기를 동원해 베이루트와 레바논 남부의 3개 교외 지역 주민들에게 조속히 피신할 것을 촉구하는 전단을 살포했다.

이스라엘군은 현재 7,000여명이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와 교전 중인데, 확전 결정으로 국경에 집결하고 있는 4만여명의 병력 중 상당수가 전투에 참가할 것으로 보여 양측의 전투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앞서 이스라엘 정부는 9일 각료회의에서 레바논과의 국경선에서 최대 30㎞ 떨어진 리타니강까지 진격하는 방안을 표결에 붙여 통과시켰다. 이는 지금까지 전투에서 헤즈볼라의 군사력을 무력화하는 등의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여론을 잠재우고, 안보리의 결의안 채택 전에 국경에서 리타니강까지의 완충지역에서 헤즈볼라를 축출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엘리 이샤이 이스라엘 부총리는 “새 작전은 30일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확전결정에 대해 미국은 반대입장을 밝혔다. 콘롤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를 만류했으나 확전결정이 내려지자 “폭력의 종식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듯 올메르트 총리는 국제사회의 휴전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확전을 주말까지 유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르자윤을 점령했던 이스라엘 전차들도 되돌아갔다고 레바논 당국이 확인했다.

그러나 안보리의 결의안 채택 문제는 관련국들의 입장이 엇갈려 통과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프랑스는 이스라엘군이 철수한 뒤 완충지역에 레바논 정규군 1만5,000명을 투입하겠다는 레바논 정부의 제안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국제평화유지군이 배치될 때까지 이스라엘군을 남부 레바논에 주둔시킨다는 이스라엘의 방안을 지원하고 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유엔 외교관들이 문구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결의안이 언제 채택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국제사회의 합의가 실패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공격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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