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자동차 시장은 ‘야누스’의 모습이다. 고급화ㆍ대형화와 극단적 내핍화가 공존하는 두 얼굴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고유가에도 불구, 차 값이 비싸고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는 중ㆍ대형차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값비싼 수입차 판매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통계를 보면 올해들어 7월까지 경차는 2만2,037대가 판매돼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나 감소했고 점유율도 지난해 5.5%에서 4.4%로 내려 앉았다. 반면 배기량 2,000㏄ 이상 대형차는 8만2,501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3% 늘었으며, 점유율도 14.7%에서 16.3%로 상승했다. 지난해 상반기 1만2,930대였던 수입차 판매량 역시, 올해엔 2만193대로 56.2%나 증가했다.
부유층 자녀로 추정되는 10대 소비자의 차량 구매도 늘고 있다. 2003년 6월말 10대 명의로 등록된 차량은 5만4,600대(등록비율 0.54%)에 불과했으나, 올해 6월말에는 16만8,300대(1.48%)로 급증했다.
그러나 고급화, 대형화의 이면엔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차를 바꾸지 않고 조금이라도 오래 타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최상구 판매추진팀장은 “차량 교체주기가 과거에는 5년 미만이었으나 요즘은 7.2년까지 높아졌다”고 말했다.
오래타기 추세와 맞물려, 올들어 7월말까지 신차 판매(63만4,079대)는 전년 대비 0.2% 감소했고 반대로 폐차차량은 2004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한국자동차폐차업협회 관계자는 “경기악화로 인해 자영업자 중심으로 노후 차량을 계속 타고 다니려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시장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득 양극화가 자동차 시장에도 본격 반영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유층을 중심으로 대형 수입차를 ‘퍼스트 카’, 대형 국산차는 ‘세컨드 카’로 삼는 관행이 굳어지고 있다”며 “경기악화로 자동차 판매가 전반적으로 위축됐지만 상위소득층을 위한 수입차와 대형차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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