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관행 전 고법 부장판사가 법조 비리에 연루돼 구속되면서 일반인들의 '사법 불신'이 커지고 있다. 조씨에게 재판을 받았다 패소한 사람은 "내 재판 과정에도 금품수수 의혹이 있다"며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대법원은 이번 사태가 '사법불복'사태로 확대될까 잔뜩 긴장하고 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곳곳에서는 이번 법조 비리 파장이 퍼져갔다. 민사사건을 접수하는 한 직원은 이날 오전 민원인에게 "서류가 미비하니 다시 갖고오세요"라고 말했다가 대뜸 "너희들 돈 먹었지"라는 항의를 들어야 했다. 이 직원은 "1심에서 패소한 뒤 2심을 진행하고 있던 민원인이 평소 법원에 불만이 있었는데 조 전부장 사건까지 겹치자 감정적으로 된 듯 했다"며 씁쓸해 했다.
재판을 기다리던 이모(53)씨도 "판사들이 비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로 드러났다"며 "내 재판도 이상하게 돌아가면 상대편 변호사와 재판장이 고향, 학교 등이 겹치는지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조씨가 구속된 이후 수도권, 지방의 곳곳 법원에서 민원인들의 크고 작은 항의들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판사들도 조씨 사건 이후 위축됐다. 한 판사는 "최근 들어 재판 당사자들이 자꾸 의심의 눈으로 보는 느낌이 들고 재판정 분위기도 불편해졌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재판에 불복하는 사례도 생겼다. 2003년 당시 서울중앙지법 민사부 부장판사였던 조씨에게 재판을 받았다 일부패소한 박모(54)씨는 "조 전판사가 당시 피고측과 모종의 금품수수 관계가 있었던 것이 아닌지 의심되니 수사를 해달라"는 진정서를 9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박씨는 "공장 매매 잔금 2억3,000만원을 지불해 달라고 제기한 재판에서 상대방은 위조된 은행전표를 제출하며 9,800만원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이 증거를 의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씨는 변호사를 통해 위조전표 사실확인을 재판부에 요청했으나 조씨는 재판정에서 "쓸데없는 증거신청으로 시간낭비하지 말라"며 면박만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법조 주변에서는 불복사태가 더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판사는 "이번 사태로 조 전 부장 사건 뿐 아니라 다른 재판에 대해서도 불복 신청이 늘어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법불신 풍조 확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16일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이 문제가 심도있게 토론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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