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상을 깨고 10일 콜금리를 전격 인상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두가지 측면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각종 경기 지표가 하향 곡선을 긋고 있다는 경제적 측면과 당정이 그간 금리 동결을 강력 주문해 왔던 정치적 압박 등 두 가지 부담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전격 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이번 금리 인상은 한은 측으로선 기본 입장을 관철시켰다는 점에서 일견 예견됐던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이성태 총재는 “경기는 여전히 상승 기조에 있고 물가 상승압력은 커지고 있다”며 여러 차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밝혔다.
이날 역시 한은은 최근 경기 지표의 둔화 조짐에도 불구하고 기존 진단을 유지했다. 건설투자를 제외하고 수출ㆍ민간소비ㆍ설비투자가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물가는 경기회복과 고유가 등으로 상승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 특히 그간 환율하락으로 고유가가 물가에 크게 반영되지 않았지만 환율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는 점도 상당한 부담이 됐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입장의 한은으로선 물가 상승에 대한 선제 대응으로서 금리 인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기 둔화세가 완연해지는 상황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금리를 올리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 신용상 연구위원은 “경기에 대한 나름의 전망과 함께 저금리를 교정한다는 차원에서 올릴 수 있을 때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총재 매파 성향도 한 몫
이성태 한은 총재의 매파적 성향도 상당한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신 연구위원은 “이 총재는 현 물가안정목표(2.5%~3.5%) 자체도 상당히 높게 설정돼 있는 것으로 여기며 물가를 더 엄격하게 관리해 나가려는 의지가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이 총재도 최근 저물가ㆍ저금리 시대에서 유동성 과다 공급에 의한 경제적 불균형에 대한 통화정책적 대응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또 정치권 등으로부터 금리 동결 주문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단기적 경기부양책 보다 고통을 감내하면서 경제 체질을 튼튼히 해야한다”(8월9일)며 여당의 경기부양론을 겨냥하는가 하면, “(통화정책 결정시) 과거의 미흡했던 부분을 시정하는 노력도 일부 있어야 하며 현재 수준이 어떠냐를 고려해야 한다”(7월 12일)며 소신을 강조했다.
한은, 경기 하강 부담 짊어져
하지만, 심리지표 뿐 아니라 실물지표에서도 경기 둔화세가 나타나고 있어 이번 콜금리 인상이 경기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가뜩이나 각종 심리지표가 급랭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이자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서민들의 씀씀이가 줄어들고 중소기업의 투자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금리인상의 효과가 통상 2~3분기 후에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 경기가 저점을 통과할 가능성이 커, 인상 시기가 적절한 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 김석동 차관보는 이날 “금통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한은은 아무래도 물가 쪽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며 에둘러 불만을 표시했다. 경기부양에 적극적인 열린우리당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그 판단에 책임을 지지 않겠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상을 통해 향후 경기 하강에 대비해 통화 정책의 운신폭을 넓혀 놓았다는 시각도 있다. 경기 하강시 금리 인하에도 적극 나설 수 있어 경기에 대응한 통화정책이 더욱 효과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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