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춘천-가리산~물로리~소양호
여름의 막바지 열기가 뜨겁다. 그 열기에 동참할 수 있는 다이나믹한 여행을 생각해본다. 기왕이면 여름에 경험할 수 있는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했으면 좋겠다.
강원 홍천군과 춘천시에 걸쳐있는 가리산(加里山ㆍ1,051m)은 산행, 계곡욕, 호수 유람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삼합(三合) 여행지’이다. 그 중 한 가지도 평범하지 않다.
가리산은 짙은 그늘길과 아찔한 바윗길이 아기자기하게 섞여있는 산이다. 정상에서의 조망이 압권으로 등산인들이 ‘명산’으로 꼽는다. 계곡은 춘천시 북산면의 물로리계곡이다. 차고 아름다운 이 계곡은 알려지지 않아 깨끗하다. 호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소양호. 그냥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쾌속선에 몸을 싣고 호수의 구석구석을 훑는다. 시간표를 잘 짜면 하루에 이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
여행의 축은 산행이다. 홍천군 두촌면 천현리에서 올랐다가 반대편인 춘천시 북산면 물로리로 넘어간다. 원점회귀산행이 아니기 때문에 자가용 이용은 불편하다. 대중교통이 현명하다. 시간표의 기준은 물로리에서 소양댐 선착장으로 가는 배의 출발 시각(오후 1회, 8월 31일까지 4시40분, 9월 1일부터 3시40분)이다. 산행시간은 짧은 코스는 5시간, 긴 코스는 6시간 30분 정도이고, 계곡 물놀이를 1시간 정도로 잡으면 출발 시각이 나온다.
산행의 기점은 가리산휴양림 입구에서 약 200m 떨어져 있는 용소폭포다. 길 아래로 흘러 눈에 띄지 않는다. 맞은 편에 큰 건물인 ‘예지수련원’이 있다. 계단식으로 떨어지는 아담하면서 아름다운 폭포다. 폭포를 잘 볼 수 있도록 정자와 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산에 오르려면 휴양림을 지나야 한다. 입장료(성인 2,000원, 어린이 1,000원)가 있다. 오전 8시 정도에 매표소 직원이 출근하는데 그 이전에는 그냥 통과(?)할 수도 있다. 휴양림 매점이 있는 넓은 길을 따라 올라간다.
본격적인 산길은 휴양림 산막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된다. 낙엽송숲이 짙은 그늘을 만든다. 약 20분을 오르면 길이 갈린다. 왼쪽 길을 택하면 능선을 직선으로 올라 무쇠말재를 거쳐 정상에 오르고, 오른쪽길은 가삽고개로 우회하는 길이다. 왼쪽길은 빠르지만 가파르고, 오른쪽길은 완만한 대신 시간이 더 걸린다.
가리산은 여인의 젖가슴처럼 생겼다. 젖무덤 같은 흙산 꼭대기에 젖꼭지 같은 돌봉우리가 솟아있다. 돌봉우리는 모두 세 개인데 그 중 1봉이 최고봉이다. 돌봉우리를 오르는 길은 짧지만 만만치 않은 암벽코스이다. 이정표에 ‘노약자는 오르지 말 것’을 권한다.
돌봉우리 옆으로 샘이 있다. 바위틈에서 솟는 석간수로 가리산의 명물이다.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먼 옛날 심마니가 발견했다는데 천현(泉峴:샘고개)이라는 마을 이름도 이 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정상에 서면 먼저 소양호가 보인다. 강원 내륙의 높은 봉우리들도 아득하게 이어진다. 1, 2, 3봉에 모두 오르려면 오르락 내리락 바위타기를 해야 한다. 쇠난간과 돌에 계단처럼 박아놓은 철판에 의지해야 한다. 다이나믹하다.
물로리 쪽으로의 하산길에는 묵은 낙엽이 깔려있다.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다는 뜻이다. 비교적 가파르다. 사람 키를 넘는 진달래나무 터널 등이 운치가 있다. 50분 정도 내려오면 연국사 대웅전의 지붕이 보인다. 절 앞으로 작은 개울이 흐르는데 물노리계곡의 최상류이다. 여기서는 잠시 땀만 씻는다. 북향(北向) 골짜기를 흘러 내려온 개울물은 깜짝 놀랄 정도로 차다. 발을 담그면 시리다 못해 아프다.
길은 계속 계곡을 따라간다. 계곡은 덩치를 키우면서 곳곳에 야트막한 소(沼)를 만들어 놓았다. 햇볕을 받은 물은 찬 기운을 많이 누그러뜨린다. 몸을 담그기에 좋다. 이런 계곡이 6km 정도 계속된다. 인적도 드물다. 걷다가 아무 곳에나 들어가면 된다.
물로리에는 식당이나 숙박시설이 없다. 배를 타는 배터에도 접안시설이나 그늘막 조차 없다. 계곡물에 몸이 얼어 예정보다 일찍 계곡을 나왔다면 배터에서 약 15분 거리인 물로분교(폐교) 운동장에서 배를 기다리는 게 좋다. 가게가 딱 한 곳 있다. 분교 옆에 깔끔하게 새로 지은 양옥과 컨테이너박스로 앞을 가린 작은 집이 있다. 작은 집에서 맥주, 음료 등을 판다.
물로리와 소양댐 선착장을 오가는 배는 10여 명 정도를 태울 수 있는 작은 배다. 허름해 보이지만 성능은 허름하지 않다. 모터보트처럼 물살을 가르며 날라간다. 지난 비에 떠내려온 나무조각들이 물 위에 떠 있다. 이 나무를 피하느라 지그재그 운전을 하게 되는데 스릴 만점이다. 소양댐까지 걸리는 시간은 20분에서 1시간. 이 배는 하루 두 번 소양호의 물골 마을을 훑는 생활선이다. 탈 사람이 있어 마을마다 들르면 오래 걸린다.
소양댐 선착장에 내리면 다리가 후들거린다. 강행군이었다. 배도 고파진다. 뭔가 맛있는 게 없을까. 여기가 어딘가. 바로 강원도의 맛고장 춘천이다. 화끈한 닭갈비와 시원한 막국수가 기다린다.
홍천ㆍ춘천=글ㆍ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 여행수첩
처음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절반은 자가용을 이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1박 2일의 느긋한 일정이 가능하면 앞의 방법을, 하루 밖에 시간이 없으면 뒤의 방법을 이용한다. 뒤의 방법은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강행군하는 피곤한 일정이다.
수도권에서 출발한다고 가정할 때 앞의 방법은 ‘출발(시외버스)-홍천터미널 혹은 가리산 인근 숙박-천현리행(시내버스)-가리산ㆍ물로리계곡-소양댐(배)-춘천시내(시내버스)-수도권(시외버스 또는 열차)’의 일정이다.
동서울(02-446-8000), 상봉터미널(323-5885)에서 홍천행 버스가 많다. 홍천읍에서 등산로 입구까지 운행하는 시내버스는 하루 3차례(오전 6시40분, 낮12시10분, 오후 7시10분) 있다. 이 차를 못 타면 가리산 입구인 역내리 경유 시내버스(40분~1시간 간격)를 타고 44번 국도변의 역내리 정류장에서 내려 약 4km를 걷거나 차를 얻어 탄다. 차 인심이 좋다.
물로리-소양댐 배편(011-9797-4833, 011-9969-9751)은 미리 연락을 해 놓는다. 10여 명이 탈 수 있는 작은 배여서 인원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1인당 승선료 3,500원. 소양댐에 정차하는 모든 시내버스(주차장행 셔틀버스 제외)는 닭갈비의 명소인 명동까지 운행한다. 춘천시외버스터미널(033-241-0285)에서 서울행 막차는 오후 9시30분, 남춘천역(033-257-7022)에서 청량리역행 막차는 오후 9시45분 출발한다.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새벽 5시에는 서울을 출발해야 한다. 서울에서 홍천까지는 2시간 30분 이상이 걸린다. 차는 휴양림주차장에 세운다. 모든 일정을 마치면 춘천에서 홍천까지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홍천을 경유하는 원주행 버스 막차가 오후 9시 출발한다. 약 50분. 홍천터미널에서 주차장까지는 택시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요금이 2만 원 이상 나온다.
필히 점심을 준비해야 한다. 도시락을 싸도 좋고, 물로리계곡에서 간단하게 취사를 할 수도 있다. 취사 시 ‘물 오염 조심’. 특히 설거지는 절대 금물이다. 홍천군 경제관광과 (033)430-2544, 두촌면사무소 (033)435-3327, 가리산휴양림사무소 (033)435-6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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