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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소금 익는 마을' 전남 신안 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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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소금 익는 마을' 전남 신안 증도

입력
2006.08.1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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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점차 울음과 멀어져 가는 과정일 게다. 아이들의 얼굴에서 천진난만한 미소가 잦아들 무렵 그들에게 일상이던 울음소리도 작아져만 간다. 굳어져 가는 우리의 표정은 어쩌면 웃음이 없어져서가 아니라 울음을 잃어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울 일이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닐 터. 꾹꾹 누른 울음들은 차곡차곡 가슴 속에 쌓여 서늘한 덩어리로 굳어져가고 있을 뿐이다.

30년 전 전남 신안군 증도 앞바다. 한 어부의 그물에 청자 화병이 건져 올려졌다. 바다 속에 가라앉은 선박에서 송대, 원대 유물 2만3,000여 점이 건져졌고 증도는 이후 ‘보물섬’으로 유명세를 치러야 했다.

15분의 짧은 뱃길 끝에 증도의 버지선착장에 도착했다. 선착장에서 얼마 벗어나지 못해 시선은 한 방향으로 고정된다. 바둑판 모양의 드넓은 염전과 일자로 길게 늘어선 소금창고의 행렬. 국내 최대 염전이라는 태평염전이다. 140만 평에 달하는 소금밭을 소금창고 들이 길게 가로 지른다. 사과궤짝 같고 전쟁통의 판자집 같은 창고는 수 십년 시간의 더께로 거무튀튀하다. 소금창고 2, 3개 꼴로 염부들의 거처인 허름한 숙소가 있다.

소금창고 옆에는 창고 수 만큼의 전봇대가 하나씩 줄줄이 늘어섰고, 축축 늘어진 전깃줄이 퇴락한 건물과 어울려 그로테스크한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소금을 만드는 건 바닷물과 햇볕, 그리고 염부의 땀방울이다. 염부는 저수지에 가두었던 바닷물을 갯벌을 다져 만든 염전 위로 끌어와 태양에 말린다. 조금 더 짜진 소금물을 무릎 높이의 낮은 슬레이트 지붕의 함수창고에 보관했다가 다시 염전으로 꺼내 말리기를 20여 차례. 20여 일이 지난 마지막 고무장판이 깔린 채렴장에서 대파(소금물을 미는 고무래)질을 통해 눈부시도록 새하얀 소금 결정을 빚어낸다. 소금을 쌓아놓고 간수가 빠지기를 기다리는 곳이 나무로 지은 소금창고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소금창고 옆 허름한 숙소에서 밥 짓는 냄새가 퍼져 나왔다. 붉은 석양은 소금물 자작자작한 염전 위로 녹아 들고, 세월의 무게를 못이긴 소금창고의 너덜대던 나무 문짝은 휙하니 한자락 지나는 바람에 ‘끽~ 끽~’ 목 쉰 울음소리를 낸다.

땅거미 막 드리우려는 해질녘 염전. 시간이 멈춰진 듯, 꿈도 멈춰진 듯. 마냥 가슴이 시려온다. 풍경이 주는 왠지 모를 서글픔에 가슴은 속으로 울음보를 터뜨리기 시작한다. 깊은 그 울림에 가슴 속에 굳어있던 서늘한 덩어리가 조금씩 녹아 내린다. 세상의 모든 설움이 농축된듯, 노을진 염전은 그렇게 처연했다. 늙은 염부가 건져올린 새하얀 소금은 바닷물이 아닌 눈물의 결정일지도, 모든 서러움의 결정일지도 모른다.

밤새 잠을 뒤척이다 이튿날 새벽 길을 나섰다. 사위는 아직 어둑했고 발걸음은 저절로 염전으로 향했다. 지난 밤 한바탕 목놓아 울고 난 염전에 아침이 찾아왔다. 여명이 번지고 닭 홰치는 소리에 부수수한 모습의 염부들 하나 둘 나와 소금밭을 저어댄다. 그리고 드넓은 염전 집어삼킬듯한 붉은 태양이 솟아 올랐다. 염부는 힘찬 대파질로 염전에 깔린 모든 설움을 긁어 붉은 햇덩이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 "관광 메카로…" 증도에도 고급 리조트 생겨

‘보물섬’ 증도의 진짜 보물은 청정 갯벌이다. 증도의 60만평이 넘는다는 갯벌 주변에는 오염원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게르마늄 성분을 다량 함유한 증도 갯벌은 피부노화 방지와 보습효과가 뛰어나 화장품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증도 갯벌의 감상 포인트는 태평염전의 서쪽 끝 방파제. 광활히 펼쳐진 찰진 갯벌 사이로 물길이 굽이굽이 휘감고 흐르는 모습이 순천만 갯벌을 닮았다. 인근 우전해수욕장과 증동리를 잇는 470m 길이의 ‘짱뚱어다리’는 이 섬의 새로운 명물. 갯벌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도록 설치한 갯벌관찰로다. 갯벌에 유독 짱뚱어가 많아 지어진 이름이다. 말마따나 질퍽한 갯벌에는 수 많은 짱뚱어와 주먹만한 게들이 득시글거리고 있다. 날이 어두워지면 소박한 조명이 다리에 빛을 띄운다. 밤이 되면 더욱 즐거워지는 갯벌 위로의 산책이다.

증도의 가장 큰 백사장은 우전해수욕장. 백사장 길이가 4km에 달한다. 해수욕장 북쪽 끝에는 50여년 전 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했다는 송림이 짙은 녹음을 드리우고 있다. 숲이 한반도 모양을 하고 있어 한반도 해송공원이라는 이름을 얻고있다. 증도면사무소 뒤편의 산정봉에 오르면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뛰어난 자연 풍광을 꼭꼭 숨겨뒀던 증도가 이젠 관광 메카로 거듭날 요량이다. 그동안 머물 곳이 마땅치 않아 관광객들로부터 외면 받았던 이 섬에 고급형 리조트가 들어섰다. 4년 공사 끝에 지난달 말 문을 연 엘도라도 리조트가 그곳. 문화관광부가 추진중인 남해안 관광벨트의 민자유치 사업 첫 성공 사례다.

15평형에서 83평형까지 21개 동 121개 객실을 보유한 리조트로 해수 온천스파, 야외수영장, 레스토랑 등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다. 우전해수욕장 남쪽 끝 해안 절벽에 위치해 각 객실이 바다를 바라보도록 지어졌다. 리조트에서 바로 이어지는 해안에는 요트 크루즈, 제트스키, 바나나 보트, 땅콩보트 등을 즐길 수 있는 해양레포츠 시설도 마련돼 있다. www.eldoradoresort.co.kr (061)260-3300

리조트 입구에 증도갯벌생태전시관도 함께 문을 열었다. 1층은 갯벌 전시관과 영상실, 2층은 갯벌체험학습실로 구성돼 있다. 갯벌의 탄생에서부터 세계의 갯벌, 한국의 갯벌, 갯벌 생물 등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이다.

▲ 여행수첩

서해안고속도로 무안IC에서 빠져 나와 무안읍을 지나 연륙교로 연결된 지도, 솔섬을 거쳐 사옥도의 지신개선착장까지 간다. 지신개에서 증도 버지선착장까지는 차량을 태울 수 있는 철부선이 오전 7시30분부터 1시간30분~2시간 간격으로 잇는다. 약 15분 거리. 차량 운반료는 1만5,000원(승용차 왕복 기준). 뱃길 옆에는 사옥도와 증도를 잇는, 2009년 완공예정인 연륙교 공사가 한창이다. 재영해운 (061)275-7685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태평염전의 천일염 한포대(20kg)는 택배비를 포함해 1만8,000원. 최근 ‘바다의 인삼’으로 불리는 함초를 이용해 만든 함초천일염도 선보였다. (061)275-7541

신안군청 문화관광과 (061)240-8357 tour.sinan.go.kr 신안군 관광안내소 (061)240-8531

증도(신안)=글ㆍ사진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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