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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회퍼 탄생 100년 평전 출간 '행동하는 양심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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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회퍼 탄생 100년 평전 출간 '행동하는 양심 다시 본다'

입력
2006.08.1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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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80년대 국내 민주화 투쟁 큰 영향

1945년 4월 9일 새벽, 히틀러 암살 계획에 가담한 독일 신학자 겸 목사 디트리히 본회퍼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향년 39세. 더 살았더라면 전후 교회와 신학의 흐름을 바꿨을 것이라는 평을 들을 만큼 뛰어난 인물이 교수대에서 생을 마친 것이다.

“제 정신을 잃은 운전자가 폭주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해치고 있다면, 그 폭주를 멈추게 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것이 옳으냐에 대한 신학적 논쟁을 떠나 그의 삶과 사상은 교회와 신앙인의 참된 자세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반성의 거울로서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 80년대 반독재 민주화 투쟁 시기에 그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 많다.

올해는 본회퍼가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독일은 물론이고, 미국의 주요 신학원에서는 연초부터 ‘본회퍼 주간’을 정해 그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때맞춰 그의 제자이자 친구였던 에버하르트 베트게가 쓴 평전 ‘디트리히 본회퍼’(복있는사람들 펴냄)가 번역돼 나왔다. 베트게는 본회퍼가 나치에 협력하는 독일 교회에 맞서 투쟁하던 시절부터 죽음을 맞기까지 고난을 함께 하며 가장 가까이에서 그를 지켜본 증인이다. 이 책은 본회퍼 평전의 결정판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 본회퍼는 히틀러 암살에 가담한 행동파 신앙인으로 알려져 있을 뿐, 그가 왜 그런 길을 걸었는지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한 편이다. 본회퍼는 누구인가. 이 책을 번역한 김순현 여수 갈릴리교회 목사는 “본회퍼는 당시의 엄혹한 상황에서 ‘그리스도는 오늘 우리에게 누구인가’를 묻고 고난의 길을 자처하여 예수처럼 ‘빛나는 고난’을 살았던 분”이라고 말한다.

히틀러가 진작에 죽었고, 한국의 정치는 폭압의 시대가 끝났고, 신앙의 패러다임도 크게 바뀐 지금, 본회퍼가 왜 여전히 유효한가. 월간 ‘기독교사상’의 한종호 편집장은 “기독교인들로 하여금 신앙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고 긴장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본다.

본회퍼는 믿음만 있으면 구원 받는다는 ‘값싼 은총’ 대신 희생과 헌신을 요구하는 ‘값비싼 은총’을 역설함으로써 실천하는 신앙을 강조했다. 그는 “까마귀처럼 우리는 ‘싸구려 은혜’ 라는 시체 주위에 모여, 그 시체의 독을 받아마셨다. 그 결과 예수를 본받는 삶이 우리에게서 사라지고 말았다” (본회퍼가 직접 쓴 책 ‘그리스도를 본받아’에서)고 격렬하게 비판했다.

옮긴이의 말에 김 목사는 이렇게 썼다. “안타깝게도 그는 형장의 이슬로 스러져 갔지만, 온갖 종류의 억압과 차별이 있는 곳, 전쟁을 부추기는 곳, 종교적 획일화가 획책되는 곳, 종교 장사꾼들이 판을 치는 곳, 그리스도를 본받는 값비싼 제자의 길을 역설하지 않고 싸구려 은혜만을 팔아 자기 배를 불리는 장사꾼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그의 정신이 빛나는 고난으로 부활하여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리스도는 오늘 우리에게 누구인가를 진지하게 묻게 한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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