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월 발생한 사상 최악의 학교급식 식중독 사고 재발 방지 방안의 하나로 축육ㆍ수산제품 방사선 조사(照射)를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소비자단체에서는 “학교 급식에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방사선 처리 식품을쓰겠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소 관계자는 9일“식중독 발생 위험이 높은 축육·수산제품의 멸균방법으로 방사선 조사를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과학기술부 식품의약품안전청 교육인적자원부 등 관계부처가 내주중 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방사선 조사가 허용되고 있는 식품은 감자, 양파, 마늘, 된장, 고추장, 건조 채소류 등 26종이며, 소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와 수산제품에 방사선 조사를 허용하려면 관련 법규를 고쳐야 한다.
과기부는 이미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기구들이 방사선 조사식품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보고서를 발표한데다 한국원자력연구소가 관련 기술도 확보하고 있어 사회적 합의만 이루어지면 학교 급식의 식중독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론이 긍정적이면 방사선 조사 식품 확대는 시간 문제라는 의미다. 학계에서도 “식품에 방사선을 쪼이면 성분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미생물이나 기생충을 없애 오랜 기간 보존이 가능하며 방사선은 식품에 잔류하지 않는다”며 ‘방사선 조사 식품= 무해’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부는 2004년에도 방사선 조사 식품 허용범위 확대를 추진했다가 소비자단체의 반발에 부딪쳐 무산된 적이 있어 성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소비자단체에서는 방사선 조사 확대 방안 재추진에 벌써부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상임위원은 “방부제, 이오가스 등 다른 멸균방식과 비교해 방사선 조사가 특별히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 확보를 위해서는 방사선 조사 여부를 식품에 표시해야 한다”고 말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유럽연합(EU)은 방사선 조사 여부를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한국과 미국은 이를 표시하지 않고 있다.
식품에 대한 방사선 조사는 세계 52개국에서 250여 품목에 대해 식중독균 제거와 곰팡이, 해충 등 병충해 방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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