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법조브로커 김홍수(수감 중)씨의 돈을 받고 4건의 민ㆍ형사 사건에 개입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9일 새벽 구속되자 이런 의문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검찰이 조씨가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한 정황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조씨에게 적용된 알선수재 혐의는 알선의 성사 여부와는 상관이 없다. 조씨가 재판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이나 암시를 하고 돈을 받기만 하면 성립되는 죄이다.
여기에 조씨가 청탁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그가 실제 청탁을 행사했는지는 부수적인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조씨는 문제의 4개 사건 담당 판사들에게 '조씨로부터 청탁관련 전화를 받거나 만난 적이 없다'는 확인서까지 받아 검찰에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수사관계자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결과를 내놓을 것"며 이 부분 수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조씨가 재판부에 말을 한다고 판사들이 그 말을 듣겠느냐"면서도 "그러나 김씨가 청탁한 4건의 민ㆍ형사 소송 사건 당사자의 변호사는 모두 조씨와 사법시험이나 고등학교 동기 또는 지인들"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사실은 적어도 청탁사건 결정과정에 조씨의 영향력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정황을 제공하고 있다.
더구나 민사신청, 형사, 행정, 민사본안 사건 등 4개 사건이 모두 김홍수씨가 청탁한대로 이뤄진 점은 "조씨가 재판부에 민원을 했고 그것이 통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부추기고 있다. 2001년 말~2002년 초 김씨는 조씨에게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 계류된 신축건물 분양금지 가처분신청을 풀어줄 것을 요청하며 1,000만원을 건넸는데 이는 그대로 성사됐다.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구속재판을 받던 피고인도 청탁과 함께 보석으로 풀려났고, 수원지법에 계류된 여관 영업정지 건도 김씨의 청탁 이후 효력이 정지됐다. 양평TPC 골프장 사업권 관련 민사소송도 1심에선 원고가 패소했지만 2심에선 원고측이 조씨에게 금품을 건넨 뒤 원고 승소로 결과가 뒤바뀌었다.
이런 시각에 대해 법원에서는 "청탁이 통했을리 없다"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대법원의 한 판사는 "민사사건은 법리가 분명해 함부로 결과를 바꿀 수 없다"며 "양평TPC 사건의 경우 대법원이 원고승소 판결한 것은 2심이 제대로 된 판결임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보석허가의 경우 "판사재량권으로 불구속재판 원칙에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에 외부의 힘이 작용했다고 해도 혐의 입증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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