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농민이 새마을 운동 견학 프로그램의 무용론을 주장했다.
중국 동북지방의 A시가 조직한 참관단에 참가해 한국을 다녀온 촌(村)서기 쉬(徐)모씨는 9일 중국 경제참고보에 ‘1억원을 쓰고도 배운 게 없다’고 주장하는 글을 실었다.
A시는 3월 27일~5월 12일 촌급 지역 당서기들을 6그룹으로 나누어 20명씩 한국으로 보내 한국 농촌과 새마을 운동을 참관토록 했다.
하지만 연수 일정은 ▦ 1일째, 여객선 출발 ▦ 2일째, 전세버스로 전남 지역 명승지참관 ▦ 3일째, 새마을운동 중앙회 전남지회 방문 후 강진군 농업시험장 등 견학 ▦ 4일째, 강원 남이섬유람, 춘천 명동서 닭갈비 시식 ▦ 5일째, 경복궁 민속박물관 청와대 유람 ▦ 6일째, 귀국 이 전부였다.
쉬씨는 “방문 전 많은 경험을 배워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돌아와보니 배운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영 편지 않았다”고 말했다. A시는 당서기들의 한국행에 1인당 1만위안(120만원) 이상을 써 최소 120만위안(1억4,400만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쉬씨는 “이 돈이면 초등학교 10개를 보수하고 30개 마을에 문화실을 짓는다”며 “전국 68만개 촌 중 10분의 1이 촌 서기들을 한차례씩 한국으로 보낼 경우 7억위안(840억원)이 탕진된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신농촌 계획을 국가 최대 역점사업으로 정하면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했고 지방정부는 이 돈으로 농촌 지도자들의 한국 방문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6월 한국 새마을운동을 배우기 위해 중국 공무원 등 35만 명의 방한을 추진한다는 기사가 중국 언론에 실리자 중국 네티즌들은 외화낭비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리수산(李水山) 중국 교육부 3농 연구센터 주임은 “새마을 운동 자체에 대한 중국인의 인상은 괜찮다”며 “하지만 새마을 운동을 배우는 과정에서 과민 반응도 감지된다”고 말했다. 신농촌 사업으로 조성된 중국 농촌 지도자들의 한국 방문 러시를 장기적으로 연장하기 위해서는 한국 새마을운동 단체와 관광업계의 주도 면밀한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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