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스코리아 3인이 말하는 미스코리아의 새로운 미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스코리아 3인이 말하는 미스코리아의 새로운 미래

입력
2006.08.10 00:05
0 0

*지난 반세기 넘어 '현대적 미인상' 빚어가는 길

‘미스코리아’가 탄생한지 올해로 반세기를 맞았다. 국위 선양을 위한 미(美)의 사절을 뽑기 위해 1957년 시작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3일 끝난 50회까지 353명의 미스코리아를 배출했다. ‘온 국민의 축제(60, 70년대)’ ‘소녀들의 우상(80년대)’ ‘연예계 등용문(90년대)’으로 불리던 미스코리아 대회는 2000년 들어 지(知)와 미(美)를 겸비한 재원(才媛)들이 대거 지원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지성미의 원조, 최영옥(44ㆍ1984 미스코리아 진ㆍHADS디자인연구소 이사)씨와 새내기 지성미인 금나나(23ㆍ2002 미스코리아 진ㆍ미국 하버드대 생화학과 3), 이하늬(23ㆍ2006 미스코리아 진ㆍ서울대 국악과 석사과정 1)양을 8일 만났다.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그들의 진솔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미의 왕관’은 가슴 설레는 영예이기도 하지만 영혼을 짓누르는 짐일 수도 있다. 부러움 뒤엔 온갖 구설수와 질시가 따르기 마련일 터인데 지원한 동기가 궁금하다.

이하늬=계기는 단순하다. 엄마가 나를 통해 자신의 결혼 전 시절을 보길 원하셨다. 딸이 육체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만끽하길 바라신 것이다. 엄마의 강력한 권유도 있었지만 대회를 치르면서 나 자신도 비전을 갖게 됐다. 한국적인 것들로 세계무대에 나가 경쟁하고 싶었다.

금나나=소중한 추억을 갖고 싶었다. 고등학교 때는 오전 7시부터 밤 12시까지 공부에 매달렸다. 정말 공부만 진탕했다. 대학에 입학한 뒤 목적에서 해방됐다는 후련함보단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가 없었다. 대학생활의 낭만도 잠시였다. 새로운 도전과 모험, 경험이 필요했다.

최영옥=후배들을 보니 정말 야무지다. 20년 전엔 나와 같은 대학생(당시 홍익대 미대4)이 미인대회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얘깃거리였다. 요즘 후배들은 공부도 많이 하고 목표의식도 뚜렷한 것 같다. 나 역시 내가 제일 예쁠 때를 기억하고 싶었다. “공부나 하지 어디 발가벗고(수영복 심사) 무대에 서느냐”는 비난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돌이켜보면 정말 소중한 경험이다.

-‘미의 여왕’이란 감투가 연예계 진출의 보증수표로 여겨질 때도 있었다. 미스코리아란 타이틀은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가.

최영옥=당선 직후 영화계에서 전화가 많이 왔다. 하지만 난 끼도 없고 관심도 없었다. 대학 졸업 후 서둘러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인테리어) 공부를 계속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타이틀이 내 일에 도움이 된 적은 없다. 구설수 때문에 오히려 안 좋은 점이 많았다. 하지만 마음속의 자부심은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됐다. 지금 내 모습에 만족한다.

금나나=미스코리아 타이틀은 동전의 양면이다.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타이틀 때문에 생겨난 주위의 선입견을 벗겨내는 게 쉽지 않았다. 사실 미스코리아 진이 돼서 좋았던 기억은 내 이름을 호명하는 순간, 그 잠시였다. 그 뒤엔 일상으로 돌아왔다. 타이틀은 원석(原石)이나 선물 같다. 스스로 어떻게 다듬고 보살피느냐가 중요하다. 책임감이 생기니 몸매관리도 하고 행동과 말도 조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하늬=또 하나의 생일을 갖게 된 것 같다. 이런 비유가 적합할지 모르지만 예수님의 공생애(公生涯)가 시작된 느낌이다. 앞으로 끊임없이 성장해야 하는데 미스코리아라는 타이틀에 짓눌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타이틀로 인해 내가 커진 만큼 더 채우고 더 큰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노력이 미스코리아 전체를 위한 것이길 소망한다.

-일부에선 미스코리아의 학력이 높아지면서 “애개, 미스코리아가 왜 저렇게 안 예뻐” 등 예전보다 미의 수준이 떨어졌다는 얘기도 한다. 속상하지 않은가.

금나나=전엔 미스코리아를 ‘예쁜 인형’으로 여겼지만 지금의 미인상은 다르다. ‘생각하는 미인’을 원한다. 미스코리아 대회 심사를 맡아보면 절대적인 미인은 없고 상대적인 미인만 존재한다. 미인을 뽑는 기준도 외모뿐 아니라 지와 덕(德) 등 다양해졌다. 사회 발전과 더불어 높아진 기대수준과 시대상을 반영하는 셈이다. 보통 사람들이 그리는 미인상은 연예인의 외모와 닿아있다. 하지만 미스코리아는 외모만 중시하는 미인과는 다르다.

이하늬=미스코리아는 단순히 외모와 몸매만 예쁜 미인이 아니라 20대 최고의 미혼여성을 뽑는 대회인 것 같다. 학벌만을 보는 게 아니라 인격과 지성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한다. 미스코리아 준비과정은 정말 지옥훈련 같다. 체력검사는 탈진할 정도라 외모에 신경 쓸 틈이 없다. 화장을 지우고 심사위원과 1대1로 진솔한 비전을 나누는 등 전인격적인 심사를 한다. 사람들이 그 노력의 가치를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최영옥=나도 가끔 진보다 선이 예쁘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 하지만 화면에 비치는 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건 옳지않다. 나 역시 오래도록 미스코리아 대회 심사를 맡았는데 얼굴만 예쁜 참가자보단 이야기하는 능력과 자태가 빛나는 참가자가 훨씬 더 끌린다. 외모와 몸매만 보고 뽑는 대회도 많다. 미스코리아 선발은 일부가 아니라 전체를 평가하는 대회다.

미스코리아 대회에 대해 성의 상품화라는 비판도 여전하다. ‘안티 미스코리아’ 운동도 있고, 사생활에 대한 네티즌의 비난도 있다.

최영옥=예전에 ‘안티 미스코리아’ 운동하는 분들과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분들도 예쁘게 화장하고 액세서리를 달고 나왔다. 여성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드러내고 싶은 욕망은 원천적인 것이다. 그 자체를 성의 상품화라고 얘기하는 건 심하다. 시대가 바뀌었다. 부정적인 시각을 버리고 소중한 경험을 갖고 싶어서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온 것이라 여겨줬으면 한다.

금나나=네티즌 여러분이 우리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좋은 충고를 한다고 생각한다. 비난의 소리가 들릴 때 처음엔 무척 속상하고 힘들었다. 네티즌의 선입견이 섭섭하긴 하지만 따져보면 다 우리의 책임인 것 같다. 우리 스스로가 마음을 다 잡아야 한다고 본다. 사실 미스코리아라는 타이틀은 작은 발판일 뿐이지 전부는 아니다. 여성으로서 나를 완성해 가는 과정이자 노력이다. 편견을 버리고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이하늬=나 역시 ‘안티 미스코리아’ 비슷하게 불순한 생각으로 미스코리아에 지원했다. 하지만 능력 있는 참가자들과 대회 준비를 하면서 선입견이 깨졌다. 또 대회 중간에 제 아버지(이상업 국가정보원 2차장) 관련 기사가 나갔을 땐 정말 ‘찔찔찔’ 울었을 정도로 세상이 무섭고 속상했다. ‘미스코리아가 되면 귀 막고 눈 막고 입 막고 살아야 하는구나’ 싶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오히려 강해진 것 같다. 이제는 누가 뭐라고 해도 그러려니 하고 넘긴다.

최영옥=난 그걸 터득하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수많은 뒷얘기를 피해 도망치듯 유학을 갈 정도였는데…. 후배들은 당차다. 믿음직하다.

미스코리아가 올해 반세기를 맞았다. 미스코리아의 미래, 새로운 반세기를 위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최영옥=예전엔 국민들이 종이쪽지에 진선미 예상후보를 적어놓고 볼만큼 인기가 많았는데 최근엔 영향력과 관심이 줄어든 것 같다. 하지만 규모보단 인식이 중요하다. 미스코리아 한 사람, 한 사람이 전문직 등 사회 각계에서 자신의 이력을 쌓는다면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본다. 후배들을 보면 듬직하다. 우리 때야 “안녕하세요. 예쁘게 봐 주세요”가 고작이었는데 요즘엔 말도 잘하고 내면이 성숙한데다 매사에 긍정적이다.

금나나=미스코리아의 입지가 줄어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미스코리아에 대한 칭찬만 있었다면 50년 동안 존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비방과 비판이 있었기에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빛나는 전통을 이어온 것 같다. 이번 50회 대회를 보면서 발전의 가능성을 보았다.

이하늬=이제 막 미스코리아가 됐기 때문에 개인적인 포부를 말하고 싶다. 난 꼬마 때부터 가야금과 판소리를 끼고 살았을 만큼 한국적이다. 그러면서도 보편적인 언어를 추구한다. 소통할 수 없는 전통은 의미가 없다. 한국과 세계를 접목하는 ‘한국의 미’를 널리 알리고 싶다.

진행ㆍ정리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