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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신성대 이병하 학장/ 칠순 세일즈 학장님 기업으로…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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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신성대 이병하 학장/ 칠순 세일즈 학장님 기업으로…해외로…

입력
2006.08.0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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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순 미국 뉴욕공대 학장실. 한국인 노인 1명이 동행한 통역을 통해 이 학교 관계자에게 질문을 쏟아내고 있었다. “미국의 산학협력은 어떤 형태로 이뤄지나요. 졸업생들이 원하는 직장으로 취업하는 비율은 얼마나 됩니까. 우리 학교 출신학생들도 미국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요.” 학교 관계자는 대답에 진땀을 빼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충남 당진군 신성대 이병하 학장은 이런 식으로 7월 한 달을 미국과 캐나다 지역 대학 탐방에 꼬박 사용했다. 그는 우리 나이로 정확히 70세다. 은퇴할 시기가 훨씬 지났지만 왕성한 활동은 나이를 무색하게 만든다.

2000년 3월 학장으로 취임한 그는 학장실을 멀리하기로 유명하다. “나는 학교 세일즈맨”이라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외근’이 주임무다. ‘외근 전문 학장’으로 부르는 직원들도 있다. 학교 살림은 송준강 부학장 몫이다. 학기 중에는 기업체나 관공서 관계자를 만나 학교 및 학과를 홍보하고 산학협력을 추진하는 게 이 학장의 역할이다. 방학 때는 활동반경을 해외로 돌려 대학 세일에 나선다.

그는 최근 신성대 제철산업과와 현대제철㈜이 공동 교육과정 운영에 합의한 데도 크게 기여했다. 전문대와 기업체가 교육과정을 함께 진행하기로 약정한 것은 처음이어서 교육계가 주목했다.

이 학장은 2004년 3월 당시 현대제철 고위 간부를 직접 찾아가 산학협력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이후 10여차례 “지역산업 현장과 대학이 함께 손을 잡아야 윈_윈 할 수 있다”는 당위론을 무기로 집요하게 설득해 협약을 이끌어 내는 뚝심을 보였다.

그는 학생들에게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외국을 돌며 직접 찾아낸 11개 대학과 자매결연을 한 것도 재학생들에게 좀 더 많은 공부와 실습, 취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중국 지린(吉林) 공대에는 60여명의 신성대 출신 학생들이 편입해 공부를 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자매결연 대학에는 어학ㆍ실습연수생들이 나가 해외 취업 준비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그가 학교와 학생 세일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단순하다. 학생수 감소 등에 따른 재정 악화로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전문대가 살 길은 학생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것뿐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20여년 전 대형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다소 불편한 몸을 이끌고 동분서주하고 있는 ‘노(老) 학장’은 학생들이 원하는 직장을 잡았다는 소식을 들을 때가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이 학장은 “학교 책임자가 학교의 울타리에서 맴도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며 “학교 경쟁력 향상은 지도자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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