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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눈 질끈 감은 美 중동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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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눈 질끈 감은 美 중동정책

입력
2006.08.0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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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레바논 사태를 겪으면서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 기존의 친미 독재정권을 다시 버팀목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미국의 월 스트리트 저널이 8일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집권 후 중동에 민주주의를 접목시키는 ‘새로운 중동정책’을 강력 추진해왔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6월 이집트를 방문, “증오와 분열과 폭력을 극복하기에 충분한 이념은 자유와 민주주의가 유일하다”고 역설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야심차게 우방인 이집트와 사우디 등에 민주화를 압박하고, 이라크 레바논 팔레스타인에서는 민주정권을 세우기 위한 선거를 실시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 자체였다. 레바논에서는 시아파 무장단체인 헤즈볼라가 14석을 얻어 제도권에 진입하고, 팔레스타인에선 강경파 하마스가 집권하는‘뜻밖의’ 사태에 봉착했다. 베이루트부터 바그다드와 가자지구에 이르기까지 이슬람 급진파가 세력을 확장하고,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격하면서 부시 정부는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미국은 결국 기존 우방인 독재 국가들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부시 정부에서 중동문제 보좌관으로 일했던 아론 밀러는 “백악관은 중동에 의지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중앙집권화된 국가들이 있다는 사실에 깊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지난달 레바논 사태가 터지자 이집트와 사우디, 요르단을 순방하면서 이들의 반민주적 행태를 비판하던 과거와 달리 찬사를 늘어 놓았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례적으로 일요일임에도 사우디 외무장관인 알 파이살 왕자를 만났다. 미 정부는 또 25년간 이집트를 철권통치하고 있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후계자로 유력한 그의 아들을 미국에 초대했다.

뒷걸음질치는 부시 정부의 중동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부시가 중동의 독재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다른 독재자들에 의존하고 있고, 중동의 최대 불안 지역이 미국이 가장 열심히 민주적 변화를 추구해온 이라크 레바논 팔레스타인이라는 점 등에서다.

라이스 장관은 “새로운 중동을 위한 산고일 수 있다”는 군색한 논리로 해명하고 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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