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소속이면서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일으킨 이라크전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3선의 민주당 중진 조지프 리버맨(코네티컷) 상원의원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8일 실시된 당내 예비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번 선거는 비록 민주당 당원들이 코네티컷주의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를 뽑는 당내 행사였지마는 ‘이라크전에 대한 국민투표’에 비유될 정도로 전국적 관심을 모았었다. 리버맨 의원은 개표가 90%이상 완료된 이후 대략 48%대 52%의 열세가 만회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날 밤 11시께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리버맨 의원의 좌절은 반전 여론의 위력을 확인시켜 준 동시에 11월 본선에서도 이라크전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이 유력한 변수로 작용할 것임을 예고한다. 특히 이번 예비선거 결과는 2000년 민주당 부통령 후보를 거쳐 2004년엔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거물인 리버맨 의원이 정치적으로는 거의 무명에 가까운 케이블TV 사업가 출신 백만장자 네드 래몬트에게 패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래몬트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최소 400만 달러의 사재를 쏟아 부으며 리버맨 의원의 이라크전 지지 입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래몬트는 TV 정치광고를 통해 리버맨 의원의 얼굴이 점점 부시 대통령의 얼굴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리버맨은 부시처럼 말하고, 부시처럼 행동한다”는 전략을 사용했다.
민주당 내에서 ‘배신자’ ‘미운 오리새끼’라는 비난을 받아온 리버맨 의원의 약점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고 이러한 전략은 보기 좋게 적중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번에 ‘반전, 반부시’의 기류를 분명히 보여줬기 때문에 민주당 지도부가 다가올 중간선거에서 이라크전에 대해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할 개연성도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리버맨 의원은 이날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으면서도 11월 중간선거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무소속 후보로 나서 본선에서 직접 심판을 받겠다는 뜻이다. 리버맨 의원은 “이제 전반전이 끝났을 뿐이며 후반전에서 우리는 11월 선거 승리를 향해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래몬트측이 이라크전에 대한 ‘흑백논리’로 자신을 공격한 것을 강하게 성토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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