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말 가라않을까? 열도 최후의 날 '일본침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말 가라않을까? 열도 최후의 날 '일본침몰'

입력
2006.08.09 23:58
0 0

“일본인은 항상 위기감을 느끼며 살 수밖에 없습니다. 도처에 재앙이 존재하니까요. 한국엔 지진과 화산이 없죠? 한국이 정말 부럽습니다.”

어쩌면 일본의 모든 만행은, ‘일본침몰’을 만든 히구치 신지 감독의 말처럼, 침몰과 소멸에 관한 원초적 두려움에서 나오는지도 모른다. 언제 어떻게 갈라지는 땅 속으로, 분출하는 용암 속으로 빨려들어갈지 모른다는 공포. 그것이 일본인들의 집단 무의식을 이루는 원형질인지도 모른다.

‘초난강’으로 잘 알려진 쿠사나기 츠요시 주연의 일본영화 ‘일본침몰’은 ‘저주받은’ 영토에 관한 일본인들의 집단 무의식을 휴먼드라마와 함께 버무린 블록버스터 영화다. 1973년 영화화한 바 있는 일본 SF문학의 거장 고마츠 사쿄의 초베스트셀러를 다시 스크린으로 옮겨 개봉 16일 만에 관객 200만명을 돌파했다. 역대 최고 오프닝 성적(개봉 후 3일간 90억원 수익) 등 각종 기록은 ‘일본침몰’에 대한 일본인들의 민감한 반응을 증명한다.

가까운 미래. 일본 스루가만에서 대지진이 발생하고, 미국 지질관측학회는 이를 일본 대붕괴의 전조라고 발표한다. 남은 시간은 1년. 일본 지구과학 박사 다도코로(도요카와 에츠시)는 연구기관을 조직해 긴급대피계획을 세우지만, 대도시에서 연쇄지진이 발생하면서 열도는 비상상황에 빠진다. 일본침몰을 막는 방법은 해저플레이트에 구멍을 내 폭약을 설치한 후 잠수정을 투입, 연쇄폭발을 일으켜 플레이트에서 지반을 분리시키는 것뿐.

영화는 어린 시절 대지진으로 부모를 잃은 소방대원 아베 레이코(시바사키 코우)와 잠수정 파일럿 오노데라 토시오(쿠사나기 츠요시)의 사랑을 침몰 위기와 한데 엮으며 희생을 통해 국가를 구하는 ‘장엄한’ 영웅담을 직조해낸다.

그러나 유전자에 침몰의 공포인자가 없는 한국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그저 오락영화에 불과하다. 구원과 희생의 스토리는 진부하고, 사랑 묘사는 단조롭다. 오히려 7개월에 걸친 컴퓨터 그래픽 작업으로 재현한 지진, 화산 폭발 장면이 새삼 한국 국적을 축복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맹렬한 불길과 폭발로 일본이 침몰해가는 모습, 후지산, 도쿄타워, 레인보우브릿지 등이 무너지는 장면은 일본의 모든 것을 용서하고 싶을 정도로 참혹하고 위력적이다. 영화가 끝나면 순식간에 잊혀지지만. 31일 개봉. 전체 등급 예정.

도쿄=박선영 기자 aureovi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