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일본으로 수출 내지 유출된 한국 고서 목록을 총정리한 ‘일본 현존 조선본 연구-집부(集部)’의 저자 후지모토 유키오(藤本幸夫ㆍ65) 일본 도야마(富山) 국립대 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구결학회ㆍ국어사학회 공동 주최로 8, 9일 이틀간 대구 계명대에서 열린 전국학술대회에 참석한 후지모토 교수는 기조강연을 통해 “이 책이 한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의 학술 문화 역사 등 여러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經ㆍ경전)ㆍ사(史ㆍ역사)ㆍ자(子ㆍ여러 학자의 철학서적)ㆍ집(集ㆍ개인문집) 가운데 집부가 가장 어렵지만 한국학 연구에 가장 힘이 될 것 같아 먼저 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발간돼 주목을 끈 ‘일본 현존 조선본 연구’는 일본에 소장된 5만여 종에 이르는 한국의 고서를 체계적으로 분류한 책. 각 고서마다 저자와 판본, 각수(刻手ㆍ판목을 새긴 사람), 종이 질, 활자, 간행연도 등을 빠짐없이 수록하고 있다. 존재가 확인된 조선 고서는 내용에 따라 동아시아 전통적인 분류체계인 ‘경ㆍ사ㆍ자ㆍ집’의 네 종류로 안배했고 이 중 ‘집부’가 가장 먼저 출판된 것. 그는 “각 고서별로 저자와 간행한 사람, 간행시기, 간행 장소 등을 서문과 발문, 글자의 모양, 책에 찍힌 도장의 모양 등으로 규명했다”고 말했다.
후지모토 교수는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서적은 우호적으로 수출, 증여된 것과 임진왜란, 식민지배 등 불행한 역사적 기억을 수반하는 것들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수많은 한국 고서가 일본에 남아 학술상 큰 재산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학을 전공하면서 평소 한문에 관심이 많았고 조선의 책에 대한 부분적인 연구는 있으나 전모를 밝힌 것이 없어 아쉬웠다”며 “일본에 있는 한국 고서들을 연구하면 한국학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고 연구 동기를 밝혔다.
후지모토 교수는 30여년간의 연구로 일본에 남아 있는 조선 고서 중 9할 가량은 조사를 마쳤고 앞으로 사, 자,경 순으로 출판할 계획이다. 그는 “형편이 되면 일본뿐 아니라 전세계에 분산된 한국본을 추적, 조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정광진 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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