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로 한달째를 맞는 레바논 사태는 이스라엘군에게 뼈저린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무차별 공습으로 레바논 남부의 거의 모든 도로, 교량, 건물을 파괴했지만 정작 헤즈볼라의 공격력은 전혀 예봉이 꺾일 기세가 아니다. 지상군은 국경 근처에서 전진하지 못한채 지리멸렬한 양상이다. 이틀 만에 베이루트 16㎞ 앞까지 진격했던 1982년과는 판이하다. 예상외의 전황에 당황한 이스라엘군은 9일 군사령관을 우디 아담에서 모쉐 카플린스키 소장으로 전격 교체했다.
이스라엘의 군 수뇌부가 당황해 할 정도로 헤즈볼라가 강한 화력을 내뿜는 데는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치밀한 전략 전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3,000여발의 미사일을 이스라엘 국경 너머로 발사한 헤즈볼라는 지상전에서도 장갑차를 뚫을 수 있는 강력한 대전차 미사일로 무장해 이스라엘군의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헤즈볼라의 위력은 오랜 경험을 갖고 있는 게릴라전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지하터널 등 은신처에 숨어 있다가 기습 공격하는 헤즈볼라의 전술에 이스라엘군은 거의 속수무책이다. 지하 터널은 출입구가 여러 개인데다 입구마다 감시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헤즈볼라 병사들은 지하에서 모니터로 바깥 상황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함정과 첨단 통신도 이들의 무기다. 헤즈볼라는 유선 폭파 지뢰를 이스라엘군이 전선을 자르는 법을 개발하자 무선으로 폭파하는 지뢰로 바꿨다. 이후에도 이스라엘군이 지뢰 제거 방법을 터득할 때마다 휴대폰 작동 지뢰, 눈에 보이지 않는 광선으로 작동되는 지뢰 등으로 계속 교체하면서 대응했다.
지휘 체계도 게릴라 전술에 맞게 특화됐다. 헤즈볼라는 절대 즉흥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최소 두달 앞을 내다보고 전술을 세운다. 다른 국가의 군대와 달리 명령 체계가 매우 단순해 유연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가장 두려운 것은 헤즈볼라의 겉으로 드러난 전력이 아니라 아무리 공격해도 헤즈볼라의 뿌리를 없앨 수 없다는 불안감이다. “우리가 그들을 죽이면 죽일수록 더 많은 헤즈볼라 병사가 생겨난다. 모두들 결과가 어쨌든 그들이 이겼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진 전쟁을 하고 있다”는 한 이스라엘 병사의 말은 상징적이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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