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생물학과에 재학 중인 첼리스트 고봉인(21ㆍ사진)이 31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에서 첫 독주회를 연다.
고봉인은 8세 때 어머니의 ‘실수’로 첼로를 시작했다. 바이올린을 하던 누나를 위해 어머니가 사온 음반 중에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의 베토벤 소나타 음반이 있었고, 이 음반을 들은 고봉인은 “이건 내 악기다”라고 선언했다. 12세 때인 1997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청소년 콩쿠르에서 1위를 하며 주목을 받은 그는 2년 후 독일 베를린 음대 다비드 게링거스 교수의 최연소 제자로 입문했다.
하버드대와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생물학과 음악을 함께 공부하고 있는 고봉인은 음악과 과학,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정명화 선생님이 ‘음악성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재능에는 의무가 따른다’고 하셨다”며 “그에 대한 책임을 다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고봉인이 연주할 때 사용하는 악기는 요요마가 사용하던 첼로 중 하나인 몬타냐냐 복제품. “독일 유학 시절 요요마의 연주회 때 무작정 무대 뒤로 찾아갔는데, 제게 자신의 몸보다 더 아끼는 악기를 선뜻 내주며 연주해보라고 하더군요. 대학을 선택할 때도 그분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영향을 미쳤어요.” 하버드대에서 고고학과 인류학을 전공한 요요마는 동ㆍ서양 문화를 잇는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데, 고봉인도 지난해 이 프로젝트에 초청돼 요요마와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고봉인은 ‘유럽 음악여행’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번 연주회에서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5번’과 마누엘 데 파야의 ‘스페인 조곡 모음곡’,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 Op.19’ 등 독일과 스페인, 러시아 작곡가들의 곡을 연주한다. 그는 “독일은 유학을 했던 곳이고, 러시아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기억이 있는 곳이며, 스페인은 열정적인 제 연주 스타일과 이미지가 비슷한 곳이라 이들 나라 출신 작곡가들의 음악을 연주곡으로 선택했다”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전하는 여행 가이드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의 (02)518-7343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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