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재계와의 뉴딜(New Deal) 정책이 성과를 거두려면 여러 관문을 거쳐야 한다. 재계의 적극적 화답, 청와대ㆍ정부의 정책적 뒷받침, 야당의 입법 협조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때문에 김 의장의 ‘정치적 승부수’라고 할 수 있는 뉴딜 정책이 실제로 성공할 수 있을 지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뉴딜 정책’은 재계가 여유 자금의 적극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을 약속할 경우 우리당이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경영권 보호, 규제 완화 등 재계의 요구를 과감히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운동권 출신인 김 의장이 당 안팎의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출총제 폐지를 언급한 것은 “경제는 심리적 요인이 절반”(한 측근 의원)이라는 점을 적극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수도권 내 공장 신ㆍ증설 요건을 일부 완화하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첨단산업 분야에 한정한다고는 했지만 수도권 과밀화를 부추긴다는 지적보다는 수도권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재계의 목소리에 무게를 둔 것이다.
뉴딜 정책은 적대적 인수ㆍ합병(M&A)에 대한 재계의 위기감 해소에도 중점을 뒀다. 국민연금 기금 등을 활용하는 방안이나 황금주 도입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고려 때문이다. 기업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너무 많은 돈을 쓰지 말고 그 대신에 신규 투자와 고용 창출에 더 신경 써 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뉴딜 정책이 성과를 내기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남아 있다. 우선 여권 내부의 전폭적인 지원부터 불투명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6일 김 의장의 면전에서 참여정부의 정체성 훼손 가능성까지 거론하면 뉴딜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 역시 뉴딜 정책을 정치적 행보로 평가절하했다.
국회에서의 입법화도 난제다. 출총제 폐지 등 뉴딜 정책의 주요 내용은 한나라당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정국 주도권’이란 측면을 고려하면 한나라당의 적극 협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차적인 관건은 재계의 화답 여부다. 겉으로는 환영하는 듯하지만 실천 여부는 미지수다. 재계에는 강력한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김 의장이 과연 뉴딜 정책을 밀어붙일 힘을 갖고 있는 지에 대해 회의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김 의장측은 “민심이 천심”이라며 “투자 활성화와 질 좋은 일자리에 대한 국민의 바람을 등에 업고 청와대와 정부, 야당을 설득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당ㆍ정ㆍ청 간 협의에 앞서 재계와 노동계를 먼저 만나서 주고받기를 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 같은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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