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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바람, 자본 그리고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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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바람, 자본 그리고 자유

입력
2006.08.09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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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위에 진정 자유로운 것은 바람과 자본뿐이라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한사코 주장하는 자본의 무한 자유를 일컬어 하는 말이다. 자유로운 자본, 속박된 사람 이것이 지난 20년간에 걸친 세계화의 본 모습이다.

● 한미FTA의 독소 조항들

한미 FTA는 수많은 FTA 모델 가운데서도 미국식 FTA이다. 지독한 자본의 자유를 추구하는 모델이다. 그래서 다른 FTA에는 없는 수많은 조항들이 다 들어있다. 그중 가장 심각하다 할 것이 투자조항이다. 미국식 FTA의 투자장을 별도로 분리해 내면 그것이 바로 양자 간 투자협정(BIT)이 된다.

과거 IMF 외환위기 직후 BIT만 체결되면 외국인투자가 물밀듯이 들어올 것이라고 정부는 주장하였다. 온갖 허술한 수치들을 들이대며, BIT를 체결해야만 FTA를 체결할 수 있다고 거짓말도 늘어놓았다. 그런데 이제 한미FTA 1,2차 본 협상을 거치면서 수많은 독소, 불평등조항으로 가득 찬 투자장이 아무런 정정도, 수정도 거치지 않은 채 미국의 원안대로 거의 합의되고 있다.

첫째, 한미FTA 투자정의에 따르면 세상에 투자 아닌 것이 없을 지경이다. 사채조차도 투자로 분류되고, 지적재산권도 투자로 간주된다. 론스타 사례가 보여주듯 먹튀(먹고 튀는) 자본, 투기자본의 폐악이 하늘을 찔러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둘째, 외국자본이 투자 의향을 밝혔다 해서 실제 돈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투자의향 단계 즉 설립 전 단계에서도 미국형 FTA는 내국민 대우를 요구한다.

셋째, 연방국가인 미국은 주마다 투자관련 법이 다르다. 그래서 한국인 투자자는 그 주법의 적용 즉 내주민 대우를 받게 된다. 내국민대우가 아니라는 말이다. 반면 미국인 투자자에게 우리는 내국민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넷째, 이행의무부과 금지 조항이다. 쉽게 말해 투자에 어떤 조건도 달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서 스크린쿼터가 반 동강 났고, 이제 방송쿼터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다섯째, 역사적으로 BIT는 외국인 투자의 국유화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요즘은 수용이라고 부른다. 한미FTA는 이 수용을 직접수용과 간접수용으로 구분한다. 공익적 목적을 위한 직접수용에 보상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간접수용에 있다. 여기에는 기업의 강제주식매각, 경영간섭, 과다한 조세부과 등도 포함된다.

정부조치의 경제적 영향조차도 간접수용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정부의 정책수단은 사실상 미국투자자의 ‘심의’를 거쳐야 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지난번 론스타의 의회로비 보고서가 보여주듯 한미FTA가 체결될 경우 론스타는 간접수용을 근거로 한국정부의 조세부과를 시비 걸 수도 있다.

● 미국 투기자본만의 자유

여섯째, 한미FTA 모든 조항을 통털어 가장 우려되는 것이 투자자 정부제소권이다. 앞으로 급증하게 될 국가 간 투자분쟁에서 사법부의 재판관할권은 무력화된다. 정부 측은 우리 투자자도 미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다는 식으로 답변한다.

허나 한미 간 투자규모와 투자성격을 전혀 고려치 않은 무책임하고 안이한 발상이다. 미국의 대한 투자 대부분이 단기 주식투자인 반면 우리의 대미 투자는 건전성 그린필드(공장설립형)형이거나 1년 이상짜리 채권투자이다.

한미FTA 투자장은 투자자의 과잉보호 조항이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라도 부족한 해외투자가 많이 들어온다면 좋은 것 아닌가.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어떤 경험적인 연구도 투자자 과잉보호가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투기자본의 자유 속에 우리 국민경제의 탄식은 깊어 갈 뿐이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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