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개발한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와이브로(휴대인터넷)의 미국 진출 소식은 막바지 말복 더위를 식혀주는 청량한 쾌거다. 순수한 우리의 원천기술을 통신 종주국인 미국의 메이저 통신업체가 도입함에 따라 한국은 세계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선점할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한국이 독자 개발한 IT기술로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이 있지만 원천기술이 없어 막대한 로열티를 퀄컴에 물어야 했다. 반대로 와이브로는 원천기술을 보유해 로열티를 받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미국에 칩부터 단말기 시스템 콘텐츠까지 수출하면 엄청난 전ㆍ후방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세계시장 규모는 2010년 11조6,000억원에 이르고, 고용 효과도 27만명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100여 개가 넘는 중소기업이 공동 개발한 기술이라는 점이 자랑스럽다. 미국 스프린트사가 와이브로를 4세대(4G) 최고 기술로 인정함에 따라 현재 추진중인 유럽, 아시아, 남미 진출에도 청신호가 될 전망이다.
IT 분야는 기술개발 못지 않게 해당 기술을 국제표준화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기술을 먼저 개발한 기업이나 국가보다 국제표준을 선점하는 쪽이 시장을 장악하는 시대다. 와이브로는 미국 진출로 무선인터넷 분야에서 국제표준에 바짝 다가갔다.
요즘 한국경제가 이나마 버텨나가는 것은 다른 나라보다 앞선 IT기술과 제품 덕분이다. 1990년대에는 반도체가, 2000년대에는 LCD와 휴대폰이 경제를 먹여 살린다.
앞으로도 그러려면 세계 기술개발 전쟁, 신기술 상용화 전쟁에서 앞서 나가야 한다. 최근 인터넷 TV를 놓고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밥그릇 싸움을 하면서 서비스가 지연되는 사태는 그런 점에서 한심한 일이다.
세계 인터넷TV 가입자는 벌써 530만 명이 넘고 2010년에는 6,30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남들은 저만치 달리는데 우리는 출발도 못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 발목을 잡아서는 미래 한국을 먹여 살릴 제2, 제3의 와이브로가 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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