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지상파 3사의 공동협상 합의를 깨고 2010년 이후 4개 올림픽 중계권을 독점 계약한 데 이어 2010ㆍ2014년 월드컵 중계권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7일 한국방송협회 등에 따르면 SBS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2014년 월드컵(개최지 미정)의 중계권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BS의 자회사 SBS인터내셔널이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아시아지역 월드컵 중계 재판매권을 확보한 일본의 덴쓰와 최소 1억3,000만 달러(약 1,250억원)에 두 대회의 국내 중계권을 따냈으며, FIFA의 최종 사인만 남겨두고 있다는 것. 이 액수는 2002년과 2006년 월드컵을 묶어 지상파 3사가 낸 중계권료 6,000만달러(2002년 3,500만달러, 2006년 2,500만 달러)보다 2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SBS 관계자는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월드컵도 IB스포츠 등 여타 마케팅사들이 중계권을 따기 위해 달려든 상황에서 지상파를 통한 중계방송 확보를 위해 취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방송업계에서는 2010년~2014년 월드컵의 경우 한국 대표팀의 본선 진출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계약을 서둘러 중계권료만 천정부지로 높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상파 3사로 구성된 ‘코리아 풀’은 지난해 가을 FIFA측이 2010년 중계권료는 2006년의 2배, 2014년은 여기에 30%를 더한 액수를 제시하자 중계권 입찰 참가를 포기했다.
KBS 관계자는 “3사가 FIFA나 아시아지역 재판매권을 가진 덴쓰와 계속 접촉을 하되 한국 대표팀의 본선 진출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기로 합의했는데 SBS가 또 뒤통수를 쳤다”고 주장했다. KBS와 MBC는 특히 “SBS가 과도한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주요 국제스포츠경기의 중계권료 협상을 공동 진행한다는 지상파 3사 사장단의 협약을 파기한 것은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면서 방송협회를 통한 제재와 더불어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중이다.
2000년 MBC의 미국 메이저리그 중계권 독점 계약 파문을 비롯해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방송사간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국내 방송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그로 인해 ‘코리아 풀’의 결속력이 느슨해진 틈을 타 IB스포츠 등 스포츠 마케팅사들까지 가세하면서 상황은 한층 복잡해졌다. 이 와중에 지상파 3사는 지난해 주요 경기 중계권을 싹쓸이 한 IB스포츠 등 외부 경쟁자에 대해 ‘공동전선’을 펴면서도 뒤로는 제각기 물밑 협상을 벌이는 ‘이중 플레이’를 해왔으며, 이번 SBS의 중계권 싹쓸이 파문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국내 업체끼리의 과도한 경쟁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계권료의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하윤금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방송사간 신의를 토대로 한 ‘코리아 풀’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힘들게 됐다”면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주요 스포츠경기의 경우 반드시 공영 지상파를 통해 방송되도록 하는 등 ‘보편적 접근권’을 포함한 스포츠 중계 원칙을 법제화 해 중계권 협상 단계에서부터 과당 경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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