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의 ‘재계와의 뉴딜(New Deal)’ 정책에 대해 여권의 정체성을 거론하며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첨단산업분야의 수도권 진입규제 완화 등 친(親)기업정책을 축으로 한 김 의장의 경제활성화 드라이브는 급제동이 걸리게 됐으며, 가까스로 봉합된 당청간 인사갈등이 여권 수뇌부간의 본격적인 정책 및 노선충돌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지난 6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오찬회동에서 뉴딜 정책을 거론하며 “추진과정에서 나와 정부하고 협의를 했느냐”며 김 의장을 직접 겨냥했다고 한 참석자가 이날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김 의장이 재계에 대해 유휴자금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약속할 경우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재계의 요구를 과감히 수용하겠다고 밝힌데 대해서도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그런 방향이 우리의 정체성과 맞느냐”고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 대통령은 경제인 사면 문제에 대해서는 “사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데 그것도 나와 상의하지 않았지 않느냐”며 조건 없는 선(先)조치를 약속한 김 의장을 정면 공박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사실을 밝힌 오찬 참석자는 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정책적 이견에 초점을 뒀다기 보다는 관련 협의가 없었다는 점을 주로 지적한 것”이라며 “본격적인 노선 갈등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비판적 입장은 김 의장이 향후 진행할 당정협의 과정에서 정부의 ‘비협조’로 이어질 것이 확실시 돼 2차 당정 갈등으로 이어질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잘못하다간 대기업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며 “조건을 달아서 뭘 해주겠다는 식의 접근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김 의장의 노선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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