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이 늘어도 오히려 허리띠를 더 졸라매는 자린고비족이 늘고 있다. 퇴직 연령이 앞당겨지면서 일 없이 살아야 할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먹구름처럼 사회 전반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마저 불안한 탓에 언제 다시 소득이 줄어들지, 구조조정이 몰아칠지 모를 일이다. 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벌어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의 소득격차도 벌 수 있을 때 개미처럼 부지런히 모아야 한다는 심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통계청이 7일 발표한 ‘2분기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도시근로자가구의 2분기 평균소비성향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직후인 1998년 2분기(66.1%)이후 가장 낮은 73.3%로 나타났다. 세금과 공과금을 떼고 매달 100만원을 벌면, 73만원만 소비지출에 썼다는 얘기이다. 2001년에만 해도 76만9,000원은 썼지만 이후 2003년 한 해만 빼고 계속 낮아지고 있다.
덜 쓴다는 얘기는 곧 저축을 더 많이 한다는 얘기이다. 실제 덜 먹고, 덜 입어 한푼이라도 더 모으려는 추세는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소비지출에서 외식 등 식료품에 지출한 비중(26.0%)은 99년(27.9%)이후 최저이다. 의류신발 지출액 비중(5.7%)도 99년(5.9%)이후 가장 낮다. 다만 교육비와 교통비의 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자식만큼은 제대로 투자해야 한다는 심리와 유가 상승 때문이다.
혼자 벌어서는 노후대비가 안 된다는 풍조도 확산되고 있다. 가계의 근로소득가운데 배우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99년 8.3%에 불과했지만 ‘2002년 9.7% → 2005년 10.6% → 2006년 10.9%’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반면 가구주 본인이 가계소득에 기여하는 비중은 99년 69.0%에서 68.2%로 줄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부연구위원은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자신의 노후는 자신이 대비해야 한다는 심리가 팽배해져 있는 가운데, 잠시 살아나던 경기가 다시 침체로 치달을 지 모른다는 불안까지 겹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버는 돈 보다 쓰는 돈이 더 많은 적자가구의 비율도 늘고 있다. 우리나라 도시근로자 가구를 소득 순서에 따라 일렬로 세운다고 할 때, 하위 30%중에서 적자가구는 작년 39.7%에서 40.5%로 증가했다. 10집 가운데 4집 꼴이다. 이들의 경우 허리띠를 덜 졸라매서가 아니라 더 졸라맬 허리띠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상위 30% 고소득층 가운데 적자자구는 10.3%에서 10.0%로 줄었다. 이 같은 현상은 결국 소득의 양극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올 2분기 소득이 많은 20%의 한달 벌이는 하위 20%의 5.24배에 달했다.
2001년(5.04배)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다. 한편, 2분기 중 도시근로자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331만1,000원으로 작년 311만원에 비해 6.5% 증가했다. 이는 2분기 기준으로 2002년(9.6%)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