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원시 운봉읍 행정리 모던영농조합의 파프리카 재배온실. 주말(5일)임에도 4,000여평의 온실 안에는 12대의 수확차량에 나눠 탄 작업자들은 파프리카 수확에 여념이 없었다.
이 농장은 할인점인 이마트로부터 지난 달 'GAP(우수농산물관리)농가' 제1호로 지정된 농장. GAP란 종자, 재배, 수확, 포장 등 모든 생산단계의 작업이 중금속, 농약 같은 각종 위해요소로부터 안전하게 이뤄졌음을 확인하는 국제적 농산물 인증제도다.
'농약 보관함에는 잠금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여성 작업자들은 매니큐어를 칠하면 안 된다' '작업장에서 수건은 개별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등 규정이 110가지나 될 정도로 인증획득이 까다로워, GAP 인증은 그 자체가 '프리미엄 농산물' 마크나 다름없다.
이 농장의 이재규(37)상무는 "생산자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작업이 훨씬 번거로워졌지만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엄격한 생산관리를 통한 고품질 농산물 생산에 주력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GAP농산물은 전체 농산물의 1%도 되지 않을 만큼 유통물량이 적다. 하지만 최근 대형 할인점들은 상품 고급화의 기치를 들고, 검수인력과 검수회수 확대 등을 통해 앞 다퉈 GAP농산물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홈플러스도 지난달부터 GAP 포도를 판매하고 있고, 롯데마트도 다음달부터 GAP 참외를 선보이는 등 연내 250곳 이상의 GAP인증을 추진중이다.
사실 고급화 트렌드는 농산물만이 아니다. 할인점들은 공산품 역시 프리미엄급 자사브랜드(PB) 출시를 강화하는 등 상품 고급화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말부터 품질을 먼저 따지는 주부층을 겨냥, 식품 유아용품 등을 중심으로 프리미엄급 PB상품을 내놓고 있다. 와이즐렉 프라임우유, 와이즐렉 프라임 모타델라 햄 등이 대표적이다. '굿' '베터' '베스트' 라인으로 PB상품을 세분화해 판매하고 있는 홈플러스는 프리미엄급인 베스트라인 출시를 강화하고 있는데, 지난해 130종류에 이어 올해도 100종류의 베스트라인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마트도 기능성을 강화한 프리미엄급 PB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올 4월 출시된 이플러스 숲골 우유, 이플러스 숲골 요구르트는 이마트에서 팔리는 프리미엄급 유제품 가운데 60~70%를 차지할 정도로 판매가 신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할인점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렴한 가격 만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어려워졌다"며 "농산물의 경우 연내 100곳 이상의 농가를 대상으로 GAP 인증을 추진하고 있고 프리미엄급 PB상품매출도 2010년까지 전체 매출의 25% 선까지 신장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원=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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