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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삼계탕과 아가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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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삼계탕과 아가씨들

입력
2006.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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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속에 오톨도톨 알갱이가 엉길 듯 매미 울음 소리가 잔뜩 녹아들어 가고 있다. 찌르르, 밀도 짙은 공기의 파동에 몸을 싣고 밀잠자리가 떠다닌다. 말복이다. 이제부터 더위가 최후의 발악을 할 테다. 저러다 기절하겠네, 싶을 정도로 어느 기름매민지 말매민지가 경기를 일으키며 운다. 진정하라는 듯 쓰르라미 한 마리가 끼어든다. 다들 잠시 뚝 그치고 귀 기울이는 듯하더니 이내 일제히 울어댄다.

내려다보이는 학교 운동장은 방학을 맞아 텅 비어 있고, 동네가 사뭇 조용하다. 몇몇 집 옥상 위에서 빨래들이 조용히 말라간다. 이부자리는 더 조용해 보인다. 오랜만에 삼계탕이나 먹어볼까, 나는 조용히 생각한다. 이상하게 나이 들수록 기름진 음식이 당기지 않는다. 옛날 어른들은 “가끔 기름진 걸 먹어주지 않으면 몸이 뻣뻣하다”고 했는데.

삼계탕을 좋아한 때도 있었다. 서른 무렵, 인사동에 있는 한 식당의 삼계탕에 맛 들려 한 주일에 한 번은 먹었다. 소설가 신경숙과 시인 이상희와 함께였다. 한 몇 달 그러던 어느 날, 아가씨 셋이 모여 매번 삼계탕을 먹는 게 그로테스크하다는 생각이 우리 모두에게 문득 들었다. 그 후 그 집이 멀어졌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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