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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공동역사교과서 "서로의 역사 너무 몰라 놀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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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공동역사교과서 "서로의 역사 너무 몰라 놀랐죠"

입력
2006.08.0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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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공동의 역사교과서 ‘마주 보는 한일사Ⅰ,Ⅱ’(사계절, 각권 1만2,000원)가 나왔다. 후소샤(扶桑社) 역사 교과서 왜곡 파문(2001년 7월) 직후 우리 ‘전국역사교사모임’이 일본의 ‘역사교육자협의회’에 교과서 공동 집필을 제안, 5년 만에 이룬 성과다.

이 책은 선사시대 이후 개화기까지의 양국 역사를 포괄한, 공동의 첫 통사서(通史書)다. 지난 해 12월 한중일 연구자들이 3국의 근ㆍ현대사를 다룬 ‘미래를 여는 역사’를, 지난 4월 전교조 대구지부와 일본 히로시마현 교직원조합이‘조선통신사’를 낸 바 있다.

책 집필에는 한국측 교사 17명과 일본측 11명이 참여했다. 매년 7~10차례씩 만나 함께 토의하며 의견과 자료를 교환했고, 공개수업 등을 통해 실용성을 높였다. 시기별로 1권(선사~고려시대)과 2권(조선~개화기)을 나누고, 당대 역사를 아우를 만한 18개의 주제(벼농사, 토기, 불교 등)를 정해 양측이 한 편 씩 모두 35편의 글을 썼다.(‘조선통신사’는 공동집필.)

“가장 힘들었던 건 서로가 상대의 역사를 너무 모른다는 점이었어요. 함께 참고도서를 번역도 하고, 회의 도중 강의를 듣기도 했죠. 2년이면 될 것으로 여겼는데 무려 5년이나 걸렸어요.” 편집위원 최현삼(중앙고) 교사는 의견이 부딪쳐 진전이 안될 땐 서로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다시 들여다봤고, 근거가 있는 ‘다름’들은 존중하면서 공유할 수 있는 역사를 찾아나갔다고 말했다. 그 과정을 통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출병은 ‘조선침략’으로 표기했고, ‘임나일본부’는 아예 배제했다. ‘국제관계로 보는 일본서기’의 일본측 필자는, 백제의 일본 조공 논란의 한가운데 있는 ‘칠지도’(백제의 귀수태자가 369년 일본 왕에게 전한 칼)의 명문(銘文)을 소개하며 “(이 명문을) 해석하면 그 안에서 백제가 조공했다는 사실을 읽어낼 수 없다”고 적었다.

가장 첨예하게 부딪친 대목은 ‘왜구’문제였다. 왜구를 “기타규슈 지역에 근거를 둔 일본인 해적단”이라고 보는 우리측 입장과 달리 일본측은 “단순한 해적이 아니라 공동의 바다를 두고 이해관계가 상충하기도 했던 다국적 집단”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양측의 글은 각각 ‘왜구와 동아시아’(일본측)와 ‘고려를 침공한 왜구’(우리측)라는 제목의 글로 책에 수록됐다.

‘화해와 공존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부제처럼, 이 책은 ‘첫걸음’으로서의 의의 못지않게 한계도 안고 있다. 왜구 문제도, 자국사의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각을 보여준다는 의미에도 불구하고, 더 심층적인 고증과 연구ㆍ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최 교사는 “우리는 상대 국가의 역사도 배우고 있지만, 서로의 역사교육의 현실도 배우고 있다”며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보다 ‘학생들이 어떻게 수용하고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봐가며 서두르지 않고 일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근ㆍ현대사편(Ⅲ,Ⅳ권) 집필 준비를 위해 또 지속적으로 만날 것이다.

양측은 오는 10일 서울 중앙고에서 이 교재를 활용한 ‘한일합동공개수업’과 출판기념회를 연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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