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이지만 선배 판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법 이상주 영장담당 부장판사는 부담감 때문인 듯 몹시 지친 표정이었다. 7시간에 가까운 영장실질 심사와 3시간의 고민 끝에 결론을 내린 그는 “내가 맡았던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어렵게 결정을 내렸는데.
“참담한 심정이다. 다른 영장전담 판사가 휴가 중이어서 조언도 구하지 못하고 혼자 결정했다. 앞으론 이런 사건 없겠죠.”
-참담하다는 게 무슨 뜻인가.
“조관행씨에 대한 영장 청구가 없었다면 나머지 2명에 대해 영장이 청구됐을지 생각 많이 했다. 이미 오래 전에 수사가 끝난 사건이라는데.
-영장 발부는 법원이 밝혀온 불구속 수사 방침과 어긋나는 것 아닌가.
“조씨의 경우 억울한 사정도 있고 수수 금액도 다소 부풀려져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불구속 하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억울한 사정은 무엇인가.
“김홍수씨의 진술을 믿을 수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 몇차례 증언이 바뀌었고 돈을 줬다는 상황에 대해서도 의심이 생긴다. 이런 내용은 재판에서 다퉈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씨의 혐의에 대해서 소명은 됐나.
“신뢰성은 별도의 문제로 하고 형식적으로 돈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있다고 보여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금 판결문을 쓴다면 무죄로 판단할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무엇인가.
“불구속 수사 원칙에 대한 고려 부분이었다. 만일 조씨가 일반인이었다면 적용할 수도 있었다고 본다. 전직 법관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본 부분이 있다.”
-영장이 청구된 3명에 대한 형평성 고려했나.
“했다. 검찰도 고려하고 청구한 것 아니겠느냐. 만일 누구는 구속하고 누구는 안한다면 내가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 같다.”
-김영광 전 검사가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했는데.
“마땅히 쓸 표현이 없었다. 검찰에서 자백해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지 않느냐. 그렇다면 불구속 해야 하는데 죄질이 중하다고 생각해 구속 결정을 내렸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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