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전 총리,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 …. 모두가 ‘노(盧)의 남자들’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거나 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던 이들은 최근 잇단 인사 파동의 와중에서 낙마하거나 좌절했다.
노 대통령이 ‘문재인 법무장관’ 카드를 결국 접음에 따라 ‘노의 사람들’의 수난사가 관심을 끌고 있다.
노 대통령은 천정배 전 법무장관의 후임으로 당초에는 문 전 수석과 김성호 국가청렴위 사무처장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하지만 여당이 문 전 수석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바람에 노 대통령은 문재인 카드를 포기했다. 1982년부터 노 대통령과 함께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며 정치적 동지 관계를 맺어온 문 전 수석은 자타가 공인하는 참여정부의 핵심 실세였다. 그는 청와대 수석을 지내는 동안 ‘왕수석’이란 별명도 얻을 정도였다.
그러나 문 전 수석이 완전히 좌절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는 금년 말 이후 중요한 공직으로 복귀해 임기 말에 노 대통령을 보좌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만에 낙마한 김병준 전 부총리 역시 핵심 측근이다. 1990년대 초 노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 2002년 대선 시절 노무현 후보 정책자문단장을 지낸 뒤 참여정부 정책을 총괄하는 청와대 정책실장을 거쳤다. 노 대통령은 여당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를 교육부총리로 임명했지만 그는 결국 논문 파동을 넘지 못하고 낙마했다.
노 대통령이 “나와 천생연분” 이라고 극찬했던 이 전 총리도 3ㆍ1절 골프 파문으로 갑작스럽게 낙마했다. 여론이 나빠지자 여당은 교체를 요구했고, 버티던 노 대통령은 당시 정동영 우리당 의장과의 단독 회동 끝에 당의 요구를 수용했다. 노 대통령은 2004년 5월에는 자신의 고향인 경남에서 지사를 지낸 김혁규 의원을 총리로 기용하려 했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반대하자 임명하지 못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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