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6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특유의 직설적.냉소적 어법을 동원해 속내를 풀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우리당 지도부의 공개 비토에 대해 “내가 지지율이 20% 밖에 안 되는 줄 안다”며 “그래도 (나도) 뜰 날이 있을 지 모른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노 대통령은 또 간담회에 앞서 ‘말씀 자료’와 역대 정권 사례 등을 담은 A4용지 10페이지 분량의 문건을 참석자들에게 나눠주었다.
노 대통령은 “내가 (문 전 수석을) 시킨다고 말한 것도 아닌데 당이 자꾸 안 된다고 얘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은 이어 김근태 의장을 향해 “김 의장은 나에게 계급장 떼고 맞붙자고 한적이 있지요”라는 말도 했다는 후문이다.
2004년 6월 김 의장이 당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문제에 대해 “계급장을 떼고 치열하게 논쟁하자”고 노 대통령을 겨냥해 한 말을 상기시킨 것이다.
이에 김 의장은 사과하면서도 “의도적으로 한 것도 아닌데 청와대측에서 그렇게 강하게 나오는 것도 서운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나눠준 문건 등을 통해 “과거 역대 정권 말기에 보면 일부 언론의 공세와 민심 이반이 있었다. 그렇게 권력이 무력화됐다”며 “지금 비슷한 결과가 오지 않을까, 추락의 지경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절박한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나는 결코 벼랑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소통령도 가신도 비선권력도 게이트도 없다. 민심이 바닥이지만 대통령의 권한을 다 내놓아야 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회가 국정을 방기할 지 몰라도 청와대와 정부는 최선을 다해 국가부도와 가계부채를 다음 정부에 넘겨주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참석자들은 이 문건을 갖고 나오지는 않았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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