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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드라마 세트장 거부한 군 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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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드라마 세트장 거부한 군 의회

입력
2006.08.0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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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충북 단양군수는 최근 군의회 본회의장에서 추경예산안 설명을 하다가 눈물을 쏟았다. 400억원에 가까운 재산 피해를 낸 수해 때문이 아니었다. SBS대하드라마 '연개소문' 촬영 세트장 유치 예산을 따내려는 마지막 애원이었다.

이날 의원들 앞에 선 군수는 "방송에 '제작지원 단양군'이란 자막이 나오면서 재경 인사들의 격려 전화가 쇄도했다" "취임 1개월도 안된 군수를 흔들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등의 말을 쏟아놓으며 울먹였다.

하지만 의원들은 예산을 전액삭감하는 원안을 통과 시켰다. 대부분의 단양 주민들도 군의회의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군청 공무원들조차 "한해 총 예산이 1,500억원에 불과한 군이 80억원이나 되는 세트장을 만드는 것은 과잉 투자"라며 고개를 가로 젓고 있다.

군수가 앞장서서 드라마 세트장 유치의 당위성을 홍보했는데도 비판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주민들은 그 동안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유치에 나섰던 세트장의 현주소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오히려 "손해 볼 게 뻔한 사업을 굳이 하려는 데는 무슨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군수는 군민들과 한마디 상의를 하거나 추후 설명도 없었으니 그럴 만하다.

수십억원씩 퍼부어 전국 방방곡곡에 들어선 세트장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관광객이 없어 지자체는 투자비를 회수하기는커녕 관리비 대기에도 어려운 실정이다.

오죽했으면 드라마세트장 조성이 지자체의 대표적 예산낭비 사례로 꼽혔을까. 군수는 임기를 시작하며 처음으로 추진해온 역점사업이 좌절된 것에 대해 야속하다고 생각하기보다 그 동안 지자체의 무모한 시행착오들을 돌이켜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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