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서울대 교수 등 중견 경제학자들이 참여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정 교수는 9~10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모든 사람을 위한 번영'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한국경제학회 국제학술대회에 앞서 8일 배포한 학회장 개회사에서 "현실의 정부 정책이 획일적인 사고와 성급한 이론 적용의 희생제물이 되곤 했다"며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좋은 예"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FTA 논란과 관련, "자유무역의 이상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부작용을 가볍게 여겨 협정 타결을 재촉하고, 현실의 어려움에만 친숙한 사람들은 자유무역이 가진 원론적인 장점을 충분히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이에 따라 "정부 정책은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키고 장기적 이익을 지향하되 단기적인 부작용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중용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지냈던 김중수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기존 정책을 답습하면서 FTA를 추진할 경우 기대효과를 얻기 보다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며 "제도개혁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교육은 평준화, 문화는 국수주의적 보호를 전제로 하면서 경쟁을 지향하는 FTA를 추구하면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을 사게 된다"며 "경제 구조의 고도화를 이루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FTA와 같은 자유화정책이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멕시코 사례를 들면서 "멕시코도 자유화를 추진하면서 구조개혁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 경제가 성장하지 못한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적절한 제도개혁을 수반하지 못하면 (FTA)는 경제에 부작용만 초래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좌승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경제가 70~80년대 고도성장을 이어가지 못하고 부진한 이유는 정부가 지나치게 평등주의 정책을 강조한 탓"이라고 비판했다.
좌 교수는 "박정희 정부시절 경제도약에 성공한 것은 경제 내에 잘하는 부문을 더 지원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참여정부는 결과를 평등하게 만들려는 지나친 분산, 형평, 균형, 경제민주화로 경제발전의 역동성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경제는 민주화의 대상이 아니다"며 "대기업규제와 중소기업 육성정책이 오히려 중소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영철 서울대 국제통상금융센터 소장은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움직임과 관련, "개방경제하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실효성이 없다"고 제기했다.
박 소장은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수는 있겠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이 상당한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린다면 물가도 못 잡고, 부동산 시장에 주는 효과도 얼마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물가상승압력이 없다면 통화신용정책은 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운용될 수 있다"며 확장적인 통화정책 운용을 주문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선 해외 학자들이 19개 분과별로 2~3편의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며, 권오규 경제부총리,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등이 학술대회 기간중 오찬과 만찬 연설을 한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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