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메르세데스-벤츠, 토요타로 이어지는 국내 수입차 시장의 3강 구도에 붕괴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고유 정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는 아우디, 혼다, 폭스바겐이 '신흥 3인방'으로 급속히 떠오르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별도 회사로 운영되지만 아우디가 폭스바겐 그룹의 계열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범 폭스바겐' 계열은 이미 한국 시장 1위에 올라선 것이나 다름없다.
7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2003년 상반기 64.8%에 달했던 BMW, 벤츠, 토요타 3개 회사의 점유율이 올해 상반기에는 44.2%로 20.6% 포인트나 하락했다. BMW의 점유율은 2003년 상반기에는 30.7%에 달했으나, 올 상반기에는 15.0%까지 내려왔다. 같은 기간 벤츠(17.2%→13.1%)와 토요타 렉서스(16.9%→16.1%)의 점유율도 하락했다.
최근 3년간 국내 수입차 시장 규모가 급증, 절대 판매량만 놓고 보면 상위 3개 회사의 실적이 소폭 개선된 것 같지만 시장 장악력은 크게 위축된 것이다.
전통의 강자로부터 점유율을 빼앗고 있는 세력은 '신흥 3인방'인 아우디, 혼다, 폭스바겐이다. 특히 3위인 벤츠를 간발의 차이로 뒤쫓고 있는 아우디의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2003년 상반기 4.7%에 머물렀던 점유율이 올해에는 11.2%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독일에서는 사실상 한 몸인 폭스바겐(8.9%)의 점유율까지 합하면, '폭스바겐-아우디' 연합의 점유율은 20.1%로 1위인 토요타 렉서스를 4%포인트나 앞선다. 토요타에 눌려 지내던 혼다도 2004년 2.2%에 머물던 점유율이 올해 상반기에는 7.7%로 증가했다.
수입차 시장의 지각변동은 '신흥 3인방'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 때문이다.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2004년말을 전후로 한국에 지사를 설립, 국내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 방실 차장은 "국내 업체가 수입을 대행할 때는 연간 출시모델이 1~2개에 불과했으나 지사 체제 이후에는 5~6개 모델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에는 5위권 진입이 목표이며 장기적으로는 1위 자리를 차지한다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적 마케팅을 펼치는 것도 또 다른 주요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BMW나 벤츠 등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중시하지만, 아우디와 혼다 등은 한국인 특유의 정서에 호소하는 전략이다.
일례로 다른 독일계 회사와 달리 아우디코리아는 최근 2,500만원을 수해 성금으로 냈다. 혼다코리아도 5,000만원을 성금으로 냈는데, 이는 토요타(2,500만원)의 두 배다. 혼다코리아 정우영 사장은 "한ㆍ일관계의 민감성을 감안, 혼다코리아는 한국인의 정서를 완전히 이해한 상태에서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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