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에 기재된 조관행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비리 행각은 도덕 불감증의 극치를 보여준다. 법원 내 자신의 집무실에서 버젓이 ‘검은 돈’을 받기도 했고 승용차 조수석에 넣어주는 돈도 그대로 챙겼다. 사건 청탁 외에 휴가비와 명절 떡값, 전별금, 용돈 명목으로 받은 돈만 2,200만원에 이른다. 관행처럼 굳어진 듯하다.
9일 발부된 구속영장에 따르면 조씨는 법조브로커 김홍수씨로부터 2001~2003년 4건의 사건 청탁을 받았다. 신축 건물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며 속칭 ‘카드깡’으로 구속된 지인을 보석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부탁도 받았다. 여관 영업정지 처분을 무효화 시켜 주고, 양평 TPC 골프장 소유권 재판이 유리하게 해 달라는 부탁도 있었다. 가처분, 형사, 민사, 행정 소송 등 모든 분야에서 부탁이 오갔고 이 사건들은 전부 김씨의 바람대로 이뤄졌다. ‘만능 해결사’였던 셈이다.
조씨는 그 대가로 현금 4,000만원과 7,000만원 상당의 고급 카펫, 가구를 받았다. 금품을 받은 장소도 자신의 집무실을 포함해 승용차, 일식집, 유흥주점 등 다양하다. 조씨의 집에서 케이크 상자를 이용해 현금을 받기도 했다.
이는 사건 청탁에 관련된 것이라고 검찰은 영장에서 밝혔다. 이 외에도 조씨는 2001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100만~500만원씩 12차례에 걸쳐 2,200만원을 별도로 받았다. 휴가철에는 휴가비, 명절 때에는 떡값, 그 외에는 용돈 명목이었다. 지난해 2월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할 때에는 전별금으로 500만원을 챙기기도 했다.
조씨의 구속 여부를 심사했던 이상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동료 법관들의 재판에 대한 청탁 명목으로 돈을 받았고 그 금액도 커서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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