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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약탈 엘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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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약탈 엘리트

입력
2006.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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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불신 사회’다. 어느 조사에서건 국민의 80% 이상이 사회지도층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건 신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조차 없다는 점이다. 신뢰를 키우는 게 곧 개혁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정반대로 개혁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대고 신뢰를 훼손하는 일을 너무도 쉽게 저지른다. 왜 그렇게 조급할까?

●정·관계 진출 지식인의 기만

‘신뢰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전망도 보이질 않는다. 무엇보다도 지금 우리 사회엔 ‘심판’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편 가르기’ 싸움에 빠져 있다. 다 나름대론 ‘구국의 일념’을 내세운다.

누가 심판 노릇을 해야 하나? 3대 심판을 들자면, 언론ㆍ시민단체ㆍ지식인이다. 그런데 심판 기능에 충실하면 인기가 없다. ‘편 가르기’ 싸움이 번성하는 사회에선 어느 한 편에 속해야만 안전과 번영을 꾀할 수 있다. 역설 같지만, 그런 점에서 ‘불신 사회’를 만드는 주범은 바로 국민이다. 국민 스스로 공정한 심판 기능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한걸음씩 차분하게 진보하도록 노력해보자. 가칭 ‘언론인ㆍ시민운동가ㆍ교수 정관계 진출 금지법’을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니, 공공 영역에 참여해 발언하는 시민운동가와 지식인부터 스스로 ‘심판 선언’을 하면 좋겠다. 영원히 정ㆍ관계 진출을 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그 어떤 공직(각종 위원회 포함)도 맡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자.

이들이 그런 일에 직접 뛰어들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한국사회에 인재가 없는가? 그렇지 않다. 한국의 역량을 믿도록 하자. 이들은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개혁이 안 된다고 주장할 것이다. 믿기 어렵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의 정ㆍ관계 참여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는 심판이 없기 때문에 치솟는 갈등 ‘비용’이 훨씬 크다는 점에 주목해보자.

노무현 시대에 이르러 그간 심판으로 믿어 왔던 사람들이 대거 그라운드에 뛰어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모두 다 이구동성으로 ‘개혁’을 위해서라고 한다. 이 말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꼭 따라붙는 말이 하나 있는데, 그건 노 정권이 ‘수구 기득권 세력’에게 포위돼 있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자신들이 직접 뛰어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논리다.

좋다. 그 주장을 존중하겠다. 그래서 하는 제안인데, 적어도 수백명의 인사들에게 해당되는 억대의 연봉, 기사 달린 고급 승용차, 비서 달린 대형 집무실은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 호구지책과 업무에 지장 없을 정도로 최소한의 급여와 대우만 받고 나머지는 반납하거나 노 정권이 전투적으로 외쳐온 ‘양극화 해소’를 위해 써달라.

그간 고생했던 사람들에게 ‘코리언 드림’을 만끽하게 해주는 것도 개혁이라면 개혁이다. 그러나 역사에 이름 한 줄 남기지 못한 채 투쟁했던 사람들은 여전히 춥고 배 고프게 살고 있다. 그들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라도 절제하고 또 절제하자.

최근 어느 언론인이 참여정부를 ‘약탈 정부’라고 비난해 논란을 빚었지만, ‘약탈 정부’가 아니라 ‘약탈 엘리트’ 이미지가 만연해 있는 건 아닌지 두렵게 생각하자. 정권은 여야를 막론한 ‘약탈 엘리트’의 전리품으로 전락한 건 아닌지, 엘리트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는 바닥 민심을 청취해보자.

●정권이 전리품으로 전락했나

아웃사이더일 때 아웃사이더 기질은 아름답지만, 권력을 잡고 나서도 그 기질을 고수하면 자폐적 자기 정체성 확인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알게 모르게 자기정당화를 위한 ‘적(敵) 부풀리기’에만 몰두하면서 자기교정 불능 상태에 처하게 된다. 분노의 감정을 다스리면서 국민의 80% 이상이 사회지도층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이런 풍토를 그대로 두고 그 어떤 개혁과 진보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성찰해보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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