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전히 남는 의문점들
서울 방배경찰서는 서래마을 빌라 냉동고에서 발견된 영아 2명의 산모가 프랑스인 C(40)씨의 부인 V(39)씨라고 7일 밝혔다. 그러나 아직은 선뜻 이해할 수 없는 의문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V씨가 산모 맞나
경찰은 V씨가 산모인 것으로 100% 확신하고 있다. 경찰은 C씨가 부인 V씨, 두 아들(11세ㆍ8세)과 함께 살고 있었다는 점에 착안, 지난 달 31일 C씨 집 욕실에 있는 칫솔과 귀이개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해 두 아들의 DNA를 추출했고 이들이 모두 C씨의 아들임을 확인했다. 이어 두 아들과 남자인 영아 2명의 DNA를 대조한 결과, 같은 모계 유전자로 밝혀졌고 4명이 모두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형제임을 확인했다. 현재 살아있는 두 아들과 시신으로 발견된 영아 2명의 부모는 모두 동일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직접 V씨의 DNA를 채취하지 못했다. V씨는 6월29일 프랑스로 출국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V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칫솔과 귀이개에 묻어있는 흔적을 토대로 DNA를 분석했을 뿐이다.
따라서 이들 물건이 V씨가 아니라 다른 여자가 쓰던 것이라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 평소 C씨와 V씨의 부부관계가 원만치 않아 V씨가 1년에 1, 2차례씩 수개월 동안 외국에 나가있었다는 경찰의 설명도 이 같은 추론을 가능케 한다.
또 V씨가 집을 비운 사이 다른 여자가 집에 들어와 C씨와 동거하면서 아이를 낳았을 수도 있다. 죽은 영아들의 산모가 V씨가 아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경찰은 “다른 여자가 낳은 아들 2명을 키우면서 역시 그 여자가 낳은 죽은 영아들까지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경찰 발표대로 V씨가 산모라 하더라도 난자만을 제공한 뒤 대리모를 통해 아기들을 낳았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현재로선 대리모를 통한 출산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이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관인가 살해인가
영아들이 출산과정에서 숨진 뒤 냉동고에 보관됐는지, 아니면 출산 후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죽임을 당했는지도 의문이다. 경찰은 “시신의 부패 상태로 볼 때 영아들이 이미 죽은 뒤에 냉동고에 보관된 것은 맞지만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 수 없다”며 “다만 적어도 지난 해 이전에 숨진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V씨가 죽였다면 그 이유도 의문이다. 이에 대해 경희의료원 반건호(정신과) 교수는 “남편에 대한 불만이나 육아에 대한 부담 때문에 생기는 산후우울증이 서양인들에게는 종종 자살이나 영아살해의 형태로 나타나곤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도 V씨가 산후우울증을 겪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V씨가 다른 질병을 앓은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영아들에게 질병이 유전될 것을 우려해 출산 후 죽인 뒤 유기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만을 되풀이 하고 있다.
3년간 시신 유기?
V씨는 복막염을 앓아오다 염증이 자궁으로 번져 2003년 12월 국내 한 산부인과에서 자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후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경찰 발표대로 V씨가 산모라면 영아들은 그 이전에 태어난 셈이다.
지난 달 23일 냉동고 속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영아들은 몸무게 3㎏ 남짓한 젖먹이였다. 결국 V씨가 죽은 영아들을 3년 이상 유기했다는 말이 된다.
또한 2002년 8월 입국한 C씨 부부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살다가 지난해 10월 서래마을로 이사 왔다. 따라서 V씨는 이사를 다니면서도 시신을 옮겨오는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향후 수사 방향은
경찰은 V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프랑스 당국에 수사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범죄인인도협약이 맺어져 있지 않아 송환은 불가능하지만 양국 법무부를 통해 프랑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도 있고 한국 경찰이 직접 수사를 할 수도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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