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의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한국일보와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광복절 61돌에 앞서 실시한 국민의식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민은 중국에 56.4%, 미국에 51.1%가 호감을 보인 반면 일본에 대한 호감은 17.1%였다.
러시아(47.1%)는 물론 북한 (30.9%)에 비해서도 크게 낮다. 일본 국민은 여전히 미국(70.1%) 다음으로 한국(43.5%)을 꼽긴 했지만 지난해(54%)보다 한참 낮다. 더욱이 한국에 대한 신뢰도는 지난해 59.4%에서 45.8%로 떨어졌다.
양국 관계의 당위적 현실이나 전망과 동떨어진 이런 인식은 양국 정부가 빚어온 갈등이 이미 국민의식에 투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독도 문제로 본격화한 양국 정부의 대립을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은 것은 민간의 인적ㆍ물적ㆍ문화적 교류가 워낙 활발해 양국 관계의 근간은 요지부동일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여론조사는 이런 믿음을 흔들고, 양국 관계의 장래에 그늘을 드리운다.
우리의 눈길은 특히 일본인들의 대한 인식 변화에 쏠린다. 양국 관계의 관심 분야를 묻는 질문에 일본측 응답자의 59%가 독도 문제를 들었다.
한국의 88%에 비하면 아직 낮지만 외교나 역사 문제에 무관심하기로 유명한 일본 국민으로서는 엄청난 변화다. 쉽게 일본 사회의 보수화라고 진단할 수는 있지만 낯간지럽다.
지난해 독도문제가 터질 때만 해도 일본 국민 태반은 독도의 지리적 위치조차 몰랐다. 그것이 1년 반 사이에 60% 가까운 사람의 관심사가 됐다. 국민감정만 들끓었지 문제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으니 공연히 재를 쑤셔 불씨만 살렸다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그나마 독도는 현상유지의 틀에 갇혀 있다. 양국이 서로 상대국을 미국ㆍ중국에 이은 3위의 경제협력국으로 여기면서도 감정의 가상 공간에서는 반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그것이 웃자라거나 터져 나오는 사태를 막으려면 양국 지도자의 각성과 결단이 절실하다. 매듭은 엮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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