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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부 칼럼] 울창한 숲이 있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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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부 칼럼] 울창한 숲이 있기까지

입력
2006.08.08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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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초록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사람에겐 힘겨운 날씨지만, 나무는 장마 뒤의 강렬한 햇볕을 자양 삼아 힘껏 키와 몸집을 늘리고 대지에 더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저 나무와 숲은 우리가 기댈 정서적 언덕이고, 믿음직한 환경 파수꾼이며, 친환경 에너지의 원천이다.

한동안 나무 키우는 사람들의 진솔한 얘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나무 가꾸는 일을 천직으로 생각하거나, 국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지니고 산에 묻혀 사는 임업인이었다. 우리나라가 산 가꾸기에 성공한 대표적 국가로 인정 받기까지는 이들의 땀이 점점이 뿌려졌던 셈이다. 특히 올 여름 장마와 홍수가 전국토를 깊게 할퀴고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그 산주, 독림가, 임학과 교수 등의 고언을 떠올리곤 했다.

● 숲 가꾸기에 필요한 산길

소박한 성격의 임업인들이었지만, 숲ㆍ산 가꾸기와 관련해서 그들이 품고 있는 희망은 절실해 보였다. 대표적 예가 산에 간벌한 나뭇가지들을 끌어 내려올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산은 우거졌고 가지치기까지 했으나, 길이 없어 옛날 식으로 지게를 지지 않고는 나무를 끌어올 방법이 없다.

산길은 간벌목 나르기와 과실수 재배 등 산의 이용도와 경제성을 높인다. 임업인들은 오래 전부터 산길 조성을 주장해 왔으나, 환경운동가들의 반대로 좌절돼 왔다. 환경운동을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이 점에는 귀를 기울여야 했다. 이번 큰 장마 때도 산에 쌓여 있는 나뭇가지들이 물의 자연스런 흐름을 방해하여 피해가 훨씬 컸던 것으로 분석되었다.

임업인들은 또한 정부가 목재 파쇄기를 공급해 주었으면 했다. 끌어내린 나무를 파쇄해서 퇴비나 연료로 재활용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잘게 부순 나무를 과수 아래 퇴비로 뿌릴 경우, 양질의 거름도 되거니와 잡초도 안 나기 때문에 일거양득이 된다. 유럽 산림국들은 간벌한 나무들을 한 데 모아 부순 후 몇 년 썩혔다가 퇴비로 수출하고 있다.

임업인들은 대도시 근교에 즐비한 비닐 하우스를 볼 때마다 안타깝다고 했다. 비닐 하우스는 난방용으로 기름이나 석탄을 사용하는데,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가 걱정되는 것이다. 버려지는 나무를 5㎝ 정도의 칩으로 파쇄하면 화석연료 못지않게 훌륭하다.

소나무 재선충병 박멸에도 좀더 넉넉한 예산이 필요하다. 현재는 예산이 빠듯해서 병이 발생한 지역만 쫓아가 벌목하는 술래잡기 식이라는 것이다. 지역을 넓게 잡아야 재선충병의 근원적 박멸이 가능하다.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된 소나무 재선충병은 남부지방을 휩쓴 뒤 강원지역까지 확산되었다. 53개 시ㆍ군ㆍ구의 781ha의 소나무를 병들게 했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학교의자 정도는 수입목이 아닌 우리 나무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과, 이를테면 엇비슷한 초목이 자라는 우리 산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어느 지역 산에는 헬기로 취나물 씨 등을 뿌리면 좋겠다는 의견도 귀담아 들을 만했다. 임업인들은 ‘산에 나무를 가꾸지 않는 것은 아이들을 낳아만 놓고 교육을 시키지 않는 것과 같다’는 말로 끊임없는 관심을 당부했다.

● 각국에 빠르게 번지는 수목장

유럽의 숲과 산은 대체로 잘 가꿔져 있지만 잡목도 무성하다. 그러나 잘 다듬어진 정원ㆍ산과 함께 여기저기 조성된 묘목 밭을 보면, 역시 그들의 숲에 대한 애정에 감탄하게 된다. 국내와 독일에서 임학을 공부한 변우혁 고려대 교수는 최근에 쓴 책 ‘수목장, 에코-다잉의 세계’를 보내 주었다.

인간의 고향인 숲에 대한 철학과 10년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유럽의 수목장이 상세하게 소개돼 있다. 또 2년 전 자신의 은사를 모심으로써 국내에 수목장의 씨를 뿌리던 과정도 아름답게 묘사돼 있다. 그 굴참나무에는 ‘김장수 할아버지 나무’라는 나무판이 걸려 있다. 죽음과 삶이 이어지는 그 작은 나무판에는 임업인의 큰 숲 사랑이 담겨 있는 듯하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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