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그제 여당과 청와대 오찬 회동을 하면서 차기 대선주자 영입론을 제기한 것에 대해 뒷말이 이어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을 '큰 배'에 비유하며 선장이 외부에서 올 수도 있다고 한 말이 낳는 논란이다.
이를 두고 정계개편의 방향에 대한 구상의 일단으로 여기거나, 여당의 차기 대선 후보 선출에 대한 개입 의도를 암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가능성도 문제지만, 그래서도 안 되는 시대착오적 소란이다.
노 대통령의 언급은 일단 어려운 처지의 당이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당위론을 강조한 것으로 비친다. 그렇다 해도 역대 집권세력의 대선 개입이나 정권 연장 방식에 비추어 정치권에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기에 딱 좋은 내용인 것도 사실이다.
과거 현직 대통령의 차기 인물에 대한 언급은 여권의 권력질서, 나아가 전체 대선정국 구도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는 대통령이 차기 권력 창출에 자신의 권력을 십분 활용하고, 인위적 개입이 먹혀 들어간 권위주의적 풍토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지금은 어떤가. 대통령의 권력적 위상이나 여당 내 사정은 예전의 경우와 다르다. 몇 차례 선거결과가 말해 주듯이 현 집권세력이 처한 난국은 민의가 정권에 대한 전면적 거부 상태라는 데서 기인한다.
대통령과 여당은 이 거부 상태를 완화하는 방도부터 찾는 데 진력하는 것이 순리이자 순서다. 대통령이 정계 개편이나 차기 후보 만들기에 관심을 돌리는 순간 정치 혼란은 물론 국정 표류의 가속화가 뻔하다.
집권당 입장에서 차기 정권 경쟁은 업적을 빼고는 가능하지 않다. 사상 유례 없는 바닥세의 지지율을 그나마 회복하는 길은 지금이라도 실적을 만드는 노력을 펴는 것 뿐이다.
그렇게 민심에 다가가겠다는 자세가 증명될 때 민심이 움직일 여지가 생긴다. 외부에서 사람을 데려 오는 포장과 외형의 수선만으로 그럴싸한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발상은 착각이다. 정론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노 대통령의 한 마디는 묻어두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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