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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야 놀자/ 교육 칼럼 - 생활계획표를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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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야 놀자/ 교육 칼럼 - 생활계획표를 되돌아보자!

입력
2006.08.0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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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나의 제자, 민서야! 기다리고 고대하던 여름방학이 시작되었구나.

1학기 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고, 작열하는 태양과 푸른 바다, 시원한 계곡으로 찾아갈 나날이 다가왔구나. 우리 모두 이 타오르는 정열의 여름을 기다려왔구나.

아! 선생님도 뜻한 바가 있어서 이번 방학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 100일이 지난 아이를 위해 글을 써서 세상에 단 한 권 밖에 없는 책을 만들어줄 거야. 또한 운동을 열심히 하여 너희들이 좋아하는 몸짱이 되고, 풍부한 사색을 통해 멋진 마음짱이 되기로 다짐을 했단다.

민서야! 그런데 우리들의 방학을 되돌아보면 늘 행복한 기억만 떠오르는 것은 아니구나.

어느덧 방학이 지나고 달력을 바라보면, 무엇을 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고 해놓은 숙제는 없어서 한숨만 나오지. 낮과 밤은 뒤바뀌어 부엉이 습성이 되고 멍한 최면 상태로 개학날을 맞이하곤 했단다.

길게 느껴지던 시간이 어느덧 마음을 누르고 몸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지. 그래서 이번 방학에는 민서가 좀 더 알차고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며, 짧은 편지를 띄운다.

첫째, 생활계획표를 되돌아보자. 민서도 방학 생활계획표를 짜 본 적이 있지? 동그랗게 그려진 원에 시간별로 세밀하게 공부계획과 운동계획, 독서계획을 세우곤 하지. 생활계획표를 짜고 나면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에 벽면에 붙여놓지만, 3일 정도가 지나고 나면 자신의 생활계획표가 군대생활표라는 이상한 자책감을 가지게 되지.

왜 그렇게 되었을까? 방학이 주는 여유로움은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계획을 잡았기 때문이야.

선생님은 이번 방학 때 하루에 한 가지씩 실천하라고 권유하고 싶구나. 수첩이나 일기장에 하루에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내용을 하나씩 적는 습관을 가지렴. ‘줄넘기 20회 하기, 책 10쪽 읽기, 엄마의 어린 시절 물어보기’ 등 작은 목표를 세우면서 하루의 실천을 반성하고 조금씩 늘려나가렴. 한 달이 지나서 수첩이나 일정표를 보면 많은 성과를 이루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단다.

둘째, 운동을 해서 건강한 체력을 만들어 보자. 학기 중에도 열심히 체육활동을 하고 등하굣길을 다니며 든든한 하체를 단련했지만, 비대해지는 자신의 무게와 저울의 눈금을 보면서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지.

운동계획도 거창하게 잡지 말고, ‘걷기’나 ‘줄넘기’부터 가볍게 시작하고 자신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종목을 고르라고 말하고 싶구나. 가족들과 함께 하면 더욱 좋겠지.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말을 생각해 보자.

셋째, 방학의 한자를 잘 살펴보면 ‘放(놓은 방) 學(배울 학)’이란 의미란다. ‘배움을 놓아라.’ 이 얼마나 환상적인 의미니? 하지만 방학은 반드시 배움을 놓고 놀라는 의미가 아니란다. 수업을 쉬면서 더 많은 체험활동과 특별활동을 경험하라는 의미가 있는 것이지.

이에 더해 자신의 부족한 과목을 보완할 수 있는 황금시간이 바로 방학이란다. 한자 그대로만 믿고 있으면 새 학기가 되어서도 공부에 대한 한숨이 여전히 마음속에 남게 된단다.

넷째, 이번 방학에는 좋은 책을 많이 접해 보는 것을 어떨까? 재미있는 책, 좋은 책을 모르겠다면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추천해 달라고 부탁하렴. 또한 이 글을 읽으시는 부모님들은 방학 중 하루는 아이들을 데리고 대형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하루 종일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구나.

다섯째, 학생들이 방학 때 쓰는 일기를 보면, 한 달의 날씨와 내용을 떠올리는 엄청난 기억력과 뛰어난 소설창작능력을 발견하곤 한단다. 작은 사건을 침소봉대하는 과감함과 하루에도 몇 십 편을 쓰는 집중력, 고도의 습작능력에 감탄하곤 하지.

이번 방학에는 매일 쓰는 일기가 아니더라도, 부모님께 드릴 상장을 만들어 보고 자신의 미래이력서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수해로 고통 받은 분들을 격려하는 편지도 한번 써 본다면, 우리 민서의 마음에 따뜻함이 가득 찰 거야.

사랑하는 민서야! 이번 방학은 컴퓨터와 TV를 조금만 줄이고, 알차고 즐거운 일을 찾아보자. 방학, 너를 오랫동안 기다렸으니까…….

강용철 경희여중 국어과 교사 yongchu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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