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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모래시계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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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모래시계 공원

입력
2006.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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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가 생겼다. 스테인리스 판 두 장과 막대 네 개, 3분 4분 5분 분량의 색색(色色) 모래가 담긴, 유리기둥 세 개로 이루어진 모래시계다. 5분이 흘러가면 모래가 전부 아래로 옮겨간다. 그러면 뒤집어놓는다. 또 금방 5분이 간다. 후딱 10분도 가고 한 시간도 간다. 그토록 단조로우면서 그토록 지루하지 않다니.

모래시계는 아름답다. 모래시계 공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어떤 곳엔 내 시계처럼 유리기둥들을 나란히 세워놓고, 또 어떤 곳엔 하나만 세운다. 저마다 다른 색깔 모래기둥들. 사람들은 노란시계 앞에서 만나 노란 시간을 보내고 초록시계 앞에서 만나 초록시간을 보내겠지. 크리스털 입자로 채워진 시계는 반짝거리는 투명한 시간을 만들겠지. 모래시계 앞에서는 약속한 상대가 늦게 와도 괜찮다. 모래 입자가 흘러내려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테니까.

하루 단위의 거대한 모래시계로는, 시간으로 가득 찼던 오늘이 내일을 채우며 비어가는 걸 지켜 볼 수 있을 게다. 자정이 되는 순간, 마지막 모래 한 알이 떨어져 내리며 유리기둥이 뒤집히리라. 물론 자동이다. 사람의 힘으로 뒤집기에는 너무 크고 무거울 테니까.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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