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 오찬은 양측이 그간의 서운함을 토로, 다소 긴장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노 대통령은 “야당과 언론이 공격을 하는데 여당까지 그래서야 되겠느냐”며 우리당의 공개적 ‘문재인 불가론’에 섭섭함을 표시했고, 김근태 의장은 이에 사과하면서도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의 반격에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 휴가였지만 제대로 쉬지 못했다. 지금 대통령의 인사 문제와 관련해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인사권은 어떻게 보면 대통령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권한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대통령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권한이고, 책임 있는 국정운영을 위한 핵심적인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책임지는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도록 인사권을 존중해 달라.
김 의장= 인사권이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이라는 데 동의한다. 당도 이견이 없다.
노 대통령= 그 동안 나는 비선정치를 한 적도 없고, 특정 측근에게 과도하게 권력을 위임 한 일도 없다. 장담컨데 임기가 끝나는 마지막까지 권력형게이트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전 수석 기용문제와 관련) 자꾸 ‘코드인사’라고 하는데 솔직히 쓸 만한 사람은 써야 하는 것 아니냐.
김 의장= 당의 지적은 5ㆍ31 지방선거 패배 이후 민심이 당을 많이 떠나 있기 때문에 민심을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다만, 의견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한다.
이석현 의원= 대통령과 당은 공동운명체다. 때문에 여론을 수렴해서 인사문제와 관련해 건의는 드릴 수 있는 것 아닌가.
노 대통령= 우리가 나누는 한마디 한마디가 당청갈등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나도 부자유스럽다. 이견이 있어도 서로 불편을 감수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대통령도 변화하기 위해 무척 노력하고 있다. 당 지도부도 의원들 설득에 일정한 역할을 해달라. 당과 청와대가 서로 합의 가능한 일부터 해 나가면서 소통하자.
김한길 원내대표= 지금은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다. 주요한 인사에 대해 당은 의견을 전달하고 대통령은 그 조언을 참고해서 결정하면 된다. (이번 일이)당과 대통령이 공동운명체임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명숙 총리= 옆에서 대통령의 고민도 봤고, 당의 입장도 이해하고 있다. 직접 대화가 부족한 상태에서 신문보도를 보고 의견을 전달 받아서 때로는 오해가 생기는 것 같다. 중간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 몇 명으로 짜여지든 긴밀하게 대화하는 의사소통 시스템이 필요한 것 같다.
강봉균 정책위의장=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하고, 의사전달도 비공개로 하는 것이 맞다. 가까운 사람을 장관 시키는 것도 문제 삼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 주요 인사문제에 대해 당 지도부와 상의할 의사가 있다. 그러나 이것도 일정하게 시스템화 됐으면 좋겠다. 당의 지지율 하락에 책임감을 느낀다. 때문에 탈당은 하지 않겠다. 임기가 종료되더라도 당에 백의종군 해 함께 하겠다. 지금 상황이 어렵지만 너무 패배주의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 의장= 걱정하고 왔는데 잘 정리됐다. 심기일전 해서 더욱 열심히 하겠다.
노 대통령= 만나서 대화해 보니 앞으로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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