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새벽 34명의 사상자를 낸 중부고속도로 관광버스 교통사고는 미흡한 사고대처가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날 오전 2시54분께 충북 음성군 대소면 중부고속도로 상행선 음성 나들목 후방 3㎞ 지점(통영기점 상행선 291㎞ 지점)에서 서울 M교회 신도를 태운 관광버스(승객 34명)가 2차선에 정차해 있던 택배 화물차량(11.5톤)을 그대로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 M교회 부목사 김해곤(44ㆍ서울 송파구 풍납동)씨 등 8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치는 참극이 벌어졌다.
이날 사고를 둘러싸고 목격자들 사이에선 경찰의 안일한 1차 사고 수습이 2차 사고를 불렀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관광버스의 화물차 추돌은 2차 사고였다. 당시 경찰은 택배 화물차와 유조차 간의 1차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2차 사고가 발생하기 3~4분 전 현장에 이미 와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1차 사고 차량인 택배 화물차를 갓길로 옮기지 않고 2차로에 그냥 뒀다. 택배 화물차는 사고로 인해 라이트가 모두 나간 채 어둠 속에 서 있었다. 일부 목격자들은 “경찰이 후방에 경광등도 세우지 않는 등 뒤따르는 차량에게 감속 유도나 사고발생을 알리는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택배 화물차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인 데다 사고 수습을 하느라 감속유도 조치를 취할 여유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환자 후송도 제때를 놓쳤다. 2차 사고 직후 사고 지점은 사고 차량들이 1, 2차로(버스)와 갓길(택배 화물차)을 완전히 막아버렸다. 뒤따르던 차량들까지 뒤엉켜 뒤까지 막히면서 출동한 응급차 5, 6대는 꿈쩍도 할 수 없었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현장에 있던 시민들이 반대쪽 차로(하행선)로 응급차를 유도하기 위해 해머 등으로 중앙분리대를 제거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국도로공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장비 부족으로 철거 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분리대 윗부분만 부순 상태에서 하행선에 대기하고 있던 응급차로 환자들을 들것에 실어 옮기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미 20~30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했던 사설 응급환자이송단 관계자는 “중앙분리대 철거가 어려웠다면 신속히 교통을 통제, 차량이 현장에 몰리는 것을 막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버스가 달리던 속도 그대로 택배 화물차를 들이받은 점으로 미뤄 버스 운전사가 졸음운전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음성=한덕동기자 ddhan@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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