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카스트로의 위암설까지 나도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쿠바 공산당이 친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국방장관의 권력 승계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임시 권력이양이 카스트로 은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쿠바 공산당 기관지인 일간 ‘그란마(Granma)’는 카스트로 권력 이양 6일째를 맞은 5일 3면에 걸쳐 라울의 활동 상황을 대형 사진과 함께 게재했다. 이 기사는 군부 실세 중 한 명인 알바로 로페스 미에라 장군의 인터뷰 형식이었지만 카스트로 후계자로서 라울의 이미지를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란마는 전날에도 1면과 마지막면에 라울이 53년 전인 1953년 쿠바 공산혁명의 시발점인 몬카나 병영 습격사건을 감행했을 때의 사진과 체포돼 재판받는 모습의 사진 2장을 크게 실었다.
정부 통제를 받는 언론 상황에서 카스트로가 아닌 다른 인물이 공산당 기관지 1면 등 주요 지면을 장식한 것은 47년간 카스트로 체제 하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권력 승계 발표 이후 카스트로의 건강상태가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의구심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카스트로의 권력 복귀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80세 고령에다가 개복 수술로 인해 어떤 형태로든 권력 승계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라울이 일시적 권력 승계가 아닌 실질적 지도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이와 관련, 브라질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는 쿠바 정부가 카스트로는 위암을 앓고 있으며 예전처럼 완전히 권력에 복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브라질 정부에 알렸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브라질 정부 관계자를 인용, 쿠바 당국이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집권당인 노동자당 멤버들에게 이번 주 카스트로가 위에 악성 종양을 갖고 있으며 카스트로의 병세가 알려진 것보다 더 나쁘다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카를로스 라헤 쿠바 국가평의회 부의장은 “카스트로는 위암을 앓고 있지 않다”고 공식 부인했다. 브라질 대통령궁 대변인도 “근거없는 보도”라고 일축했다. 미국 마이애미에 거주하는 카스트로의 여동생 후아니타는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환자실에서 나와 회복 중”이라며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브라질 정부는 쿠바에서 실제 권력이양이 이뤄지더라도 1980~90년대 동유럽 사회주의 정권 몰락과 같은 상황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브라질 정부는 라울 체제에서 펠리페 페레스 로케(41) 쿠바 외무장관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카스트로 의장의 비서출신으로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로케 장관은 라울과 함께 최소한 경제분야에서 체제의 유연성을 가져올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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