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나 페르난데즈(50). 13년 전인 1993년 아버지인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인 피델 카스트로가 철권 통치하던 조국을 탈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던 그가 이번에는 미 CNN방송에서 쿠바 상황을 설명하는 ‘논설위원’으로 변신해 또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더욱이 최근 카스트로 의장의 권력 이양으로 쿠바 상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의 변신은 더욱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페르난데즈는 4일(현지시간) 첫 방송에서 쿠바의 권력 상황과 아버지 카스트로에 대한 추억, 과거 쿠바를 탈출할 수 밖에 없었던 사정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권력을 이양 받은 삼촌 라울 카스트로에 대해 “그가 지도자가 되기를 원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하지만 그는 군으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페르난데즈는 라울이 피델과는 다르며 이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버지 카스트로에 대해 “내가 어렸을 때는 나와 게임도 하곤 했던 자상한 사람이었지만 내가 자라면서 모든 것이 변했다”고 회고했다. 또한 카스트로가 1960년대에도 장출혈을 막기 위해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고 공개했다. 페르난데즈는 이어 “구 소련이 붕괴한 뒤인 93년 쿠바의 상황과 매일 매일의 삶은 견딜 수 없었다”고 털어놓은 뒤 “내 딸을 쿠바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탈출을 결심할 수 밖에 없었다”고 쿠바 탈출 배경을 설명했다.
외모에서도 카스트로를 연상케 하는 페르난데즈는 카스트로와 그의 혁명적 동지이자 연인인 나티 레부엘타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93년 스페인 관광객으로 위장해 쿠바를 탈출할 때까지 정기적으로 카스트로를 만났다. 그는 쿠바를 탈출한 뒤 카스트로와는 연락을 끊은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살다가 2001년 미국 마이애미에 정착했다. 그는 마이애미에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해왔으며 ‘카스트로의 딸-한 망명자의 쿠바에 대한 추억’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페르난데즈는 방송에 앞서 가진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CNN은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할 수 있는 세계적인 네트워크”라면서 “역사적으로 중대한 시점에 한 사람의 쿠바인으로서 쿠바 내부 상황에 대해 세계의 이목을 끌도록 하는 것은 나에겐 무척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피델 카스트로의 또 다른 딸인 프란시스카 푸포, 여동생인 주어니터 카스트로, 아들 알렉스의 딸 등도 현재 마이애미에서 살고 있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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