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경제팀이 출범 보름여 만에 사면초가에 몰리는 양상이다. 각종 경기 및 실물지표가 하나같이 바닥을 치는 데다 여당과의 엇박자가 갈수록 깊어지고 재계로부터의 불신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내수 회복세와 수출 증가세가 탄탄해 내년까지 경기 상승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경제주체들의 불안과 불만 해소에는 역부족이다.
급기야 권 부총리는 경기 시각차를 해소하기 위해 민간 경제연구소를 거시경제점검회의에 참석시키는 방안을 내놓았으나 서로 얼굴만 붉히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걱정된다.
정부도 답답한 측면이 많을 것이다. 최근 발표된 지표들이 실제 경기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부정적 측면을 지나치게 부각시켜 기업과 가계의 심리가 위축되고 이로 인해 경기하강이 ‘실제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는 우려는 그 중 하나다.
성장률 둔화, 경기선행지수 하락, 경상수지 적자, 수출증가세 둔화, 기업경기실사지수 및 소비자기대지수 하락, 건설투자 급냉, 제조업창업 부진 등이 한꺼번에 쏟아져 큰 일이 난 것처럼 비치지만 사안별로 배경과 내용을 보면 속도 조절 또는 일시 조정의 성격이 짙다는 말도 한다.
역설적인 것은 바로 정부의 볼멘 소리와 하소연이 진단과 처방의 맹점을 그대로 보여 준다는 점이다. 정책이 기업과 가계의 현장에 녹아들어 의도한 효과를 생산하지 못한 채 책상머리에서나 힘을 쓰고 있다는 뜻이다. 그 바탕에는 ‘부동산대책은 이래서, 수도권 규제는 저래서, 복지는 그래서…’ 등의 갖가지 코드와 성역이 깔려 있다.
목표와 수단이 복잡다기하게 얽힌 경제문제를 다루면서 이런 원초적 제약에 갇혀 있으니 유연하고 탄력적인 경기대응이 나올 수 없다. 여당이 설익은 제안으로 시장혼란을 부추기고 재계가 이기적 공세를 남발하며 시장규율을 내팽개치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다. 권 경제부총리는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누차 강조해왔다. 그 목표는 민생이고 수단은 리더십이다. 지금이라도 잘 설계되고 신뢰를 주는 그림을 크게 얘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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