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초 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군사 전략을 구사하는 국가는 단연 미국과 북한이다.
2001년 9ㆍ11 테러 후 미국은 선제공격 독트린을 발표한 이래 외교를 버리고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침공 등 무력을 택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아버지의 3년상을 끝마친 이후부터 군부를 앞세운 선군정치(先軍政治)를 이어오고 있다.
●정치에 앞서는 북미 군사전략
하지만 양국의 양상은 판이하다. 미국의 입장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1기 대통령 취임 직후 통독했다는 ‘최고사령부’에서 잘 드러난다. 저자인 엘리엇 코언은 이 책에서 성공한 전시(戰時) 국가원수의 탁월한 군부 장악에 대해 설명했다.
남북전쟁 당시 에이브러햄 링컨은 일선 사령관을 믿지 못해 매일 편지로 군사전략을 지시했고, 이것도 모자라 심복을 일선으로 보내 사령관을 감시했다. 2차 대전 당시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1차 대전 당시 조르주 클레망소 프랑스 대통령도 완벽하게 군을 장악한 모범적 사례이다. ‘전쟁은 너무 중요해 군인에게 맡겨 둘 수 없다’는 책의 메시지를 따라 부시는 테러와의 전쟁을 계기로 ‘평시 대통령’의 직위를 버리고 ‘전시 대통령’을 자임했다.
최고사령관인 김 위원장은 부시보다 옹색하다. 문민 우위를 견지할 토대도, 정통성을 유지할 자원도 없어 군을 의지하는 상황이다. 마카오의 한 은행에 대한 제재로 대외결제 시스템이 마비되는 북한의 옹색한 처지로 볼 때 공세적으로 나올 수 있는 분야는 미사일과 핵 밖에 없다.
앞으로 미국이 대 테러전쟁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김 위원장도 정권의 안전을 해칠 개방을 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현 군사전략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한 연구원은 중국 외교부가 아닌 중국 군부가 대북 정책을 좌우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북ㆍ미 군사전략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중국은 주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중국보다 훨씬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한국이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해외주둔 미군이 특정 국가의 영토를 지키는 붙박이 배치 전략을 버리고, 주한미군의 대폭적 감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전시 작전권 환수 작업에 대한 합의조차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는 한미동맹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자신이 변화에 온전히 대응할 수 있기 위한 전제조건 같은 것이다. 작전권 환수에 군 원로들조차도 제동을 거는 것은 너무나도 이상한 일이다.
●우리 군사전략의 현주소
김대중 정부 이래 외교 안보 정책이 정권의 아킬레스건으로 간주돼 국가전략으로 대접 받지 못하면서 비난과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한 상황도 국가차원에서 볼 때 불행한 일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한 달이 지났다. 당분간 이어질 소강국면에서 큰 판을 다시 들여다보고 우리의 ‘최고사령부’가 어떤 상황인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영섭 베이징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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