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어제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지금 이대로’를 확인하고, 갈등을 봉합했다. 애초에 정책ㆍ노선 문제가 아닌, 교육 부총리와 법무부 장관의 인사 문제가 갈등의 핵심이었던 만큼 한계가 예상됐지만 결과는 예상된 한계에도 미치지 못했다.
회동에서 노 대통령은 많은 말을 했다. 인사권은 현재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권한이니 존중해 달라고 요청하고, 그 동안의 인사나 정권 운용에 문제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탈당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임기 후에도 평당원으로 남겠다는 결의도 밝혔다. 나아가 여당을 큰 배에 비유, 불리한 정치지형에서도 올바른 정책과 노선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은 동요하지 말고 배를 지키다 보면 안팎에서 좋은 선장이 나올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노 대통령의 자신감에 비해 김근태 의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자세는 군색했다. 5ㆍ31 지방선거 이후 여당의 충격과 민심 이반을 언급, 법무부 장관 인사 문제가 단순한 인사권 문제가 아니라 ‘국민 의사’와 연관된 문제임을 강조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내 민심 전달 과정에서의 실수를 사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니 대통령이 당의 조언을 경청하되, 조언 방법이 합당해야 한다는 원칙론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결과를 두고 갈등 봉합에 성공했다고 자평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 관심은 당ㆍ청 갈등이나 그 봉합 여부에 쏠렸던 게 아니다. 당ㆍ청이 벌써 잊었는지 모르겠지만 5ㆍ31 지방선거는 정책과 노선에 대한 전면적 거부였다. 그런데도 당ㆍ청은 국민적 변화 요구에 대해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불리한 정치지형만 거론했지 그 원인을 밝히지 않았으니, 해결책은 당연히 뒷전이었다. 더욱이 국민의 전면적 변화 요구를 외면한 채 ‘지금 이대로’라고 입을 모았으니, “변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대통령의 말조차 빈말로 들린다.
국민의 관심에 답하지 못한다면 이번에 합의된 당ㆍ정ㆍ청 고위모임도 밥값만 아깝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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